산안법 개정안 취지는 OK , 각론엔 使勞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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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산안법 개정안 취지는 OK , 각론엔 使勞 이견 도급금지…“22개 사업장에 852명뿐” vs “계약체결 자유 침해”

기사입력2018-03-27 21:0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노사간 입장은 달랐다.

고용노동부가 27일 주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청회’에서 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입장차를 보였다.

◇도급금지=개정안은 ‘유해작업 도급’과 ‘유해위험작업 재하도급’을 금지했다.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황화니켈, 염화비닐 등 12개 허가대상물질 제조·사용 작업 등 현행 도급인가 대상작업에 대한 도급을 금지했다.

유해위험작업으로 규정된 유해물질 제조 등을 위한 설비의 개조·분해·해체·철거작업은 현행 고용부장관 ‘인가’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사내도급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또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도급승인은 해당수급인의 작업을 전제한 것이므로 수급인이 도급승인 대상작업을 다시 도급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도급금지 또는 재하도급 승인의무를 위반하면 10억원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면제한다.

“도급계약 금지규정, 계약체결 자유 침해하고 기업경영권 저해”

27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청회’에서 노동자와 경영자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있어서는 입장차를 보였다. ©중기이코노미

도급과 재하도급 금지에 대해 경영계는 과도한 규제란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산업안전팀장은 “도급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기업간 계약체결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경영권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도급금지를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재하도급 금지와 관련 경총 전 팀장은 “전문성을 확보한 수급인에게 재하도급을 주면 안전확보 및 사고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며 “일정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하도급이 가능하도록 단서규정을 마련하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2·3차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나 1차 하청업체보다 안전관리능력 뛰어날 경우에는 도급과 재하도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청이 무조건 안전관리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 팀장은 “전문인력과 특수장비를 더 많이 보유하고, 안전과 관련한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는 외부전문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는게 산업재해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해작업을 수행하는 업체가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도급사업장에 대한 실효적인 안전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팀장은 또 “도급을 금지하면 작업특성 및 생산량 변화에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관련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업체가 더이상 기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사망 심각성에 비해 도급 및 재하도급 금지 범위 협소”

개정안에 따른 도급 및 재하도급 금지규제가 과도하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도급금지 적용대상의 범위가 좁아 실효적인 예방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사망 심각성에 비해 도급 및 재하도급 금지범위가 극단적으로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정안 적용시 도급금지 적용대상은 사업장 22개, 노동자 852명이다.

민주노총 최 실장은 또 “도급금지 또는 승인의무 위반시 과징금부과 규정을 신설했으나, 도급인이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했다면 면제한다는 단서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는 조항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으므로 단서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작업중지 명령=개정안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부장관의 즉시 작업중지 명령요건 및 대상을 명확히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작업 ▲같은 사업장내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 ▲그 밖에 중대재해 발생원인과 연계돼 산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작업 등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과 과정은 고용노동부령에 따른다.

使, 과잉금지원칙에 위반 vs 勞, 작업중지 대상 확대해야

경영계는 작업중지 규정을 별도로 신설하고 고용노동부령에 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경총 전 팀장은 “고용노동부령에 따라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에 위임함으로써 전면 작업중지의 법적요건을 갖추고자 하고 있으나,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행정제재에 해당한다”며 “작업중지명령 요건이 지나치게 확대돼 전면 작업중지 명령이 대폭 증가할 우려가 있다. 감독관의 행정재량 범위만을 확대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노동계는 작업중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최 실장은 “회사가 다수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 동일한 장비, 시스템, 공정으로 운영되므로 재해발생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령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아산공장도 마찬가지로 작업을 중지하고 위험성을 검사해야 산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경영계는 다른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기 전에, 재해가 발생한 해당사업장의 문제를 철저히 파악하는게 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전 팀장은 “재해는 사업장의 설비뿐 아니라 근로자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 또 같은 설비라도 사업장마다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며 “산재가 발생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한 후 대응해야 한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이라는 이유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면 기업손실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중지 해제 결정 심의위…勞, 참여·합의 vs 使, 중립성 훼손

작업중지 명령 이후 작업중지 해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자는 노동계와 이에 반대하는 경영계의 입장도 갈렸다.

민주노총 최 실장은 “중대재해 발생시 노동부 작업중지가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제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에 노동자의 참여와 합의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면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심의위원회는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 학계 등 중립적인 주체로 구성된다.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경영계도 참여하지 않는다”며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게 되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노사관계에 얽힐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