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불법행위로 인한 ‘산재’…손배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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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사용자 불법행위로 인한 ‘산재’…손배청구 가능 사용자는 노동자의 생명·신체·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

기사입력2018-03-29 12:21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2011년 5월 파업 이후 2011년 10월18일, 유성기업은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A를 비롯한 유성지회 조합원 27명에 대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위반을 이유로 징계해고했다. 해고처분을 받은 조합원 모두 해고처분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복직판결로 2013년 6월3일 27명 전원이 업무에 복귀했다.

노조 약화목적으로 노무법인 컨설팅 받아 친기업노조 지원

파업과 직장폐쇄 그리고 직장폐쇄 해제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회사는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유성지회 세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유성지회 조합원 69명을 지원해 기업별노조를 만들었다. 이후 회사는 기업별노조와 2012년 2월15일, 2011년 임금협약을 체결한 반면 유성지회와는 이 사건 재판 선고일인 2018년 3월28일까지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회사는 기업별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노조설립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67명에 대해 총회개최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해, 이를 기타수당 항목으로 지급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조직에 개입)를 했다. 또 기업별노조의 총회시간은 유급으로 인정하면서도, 유성지회의 총회개최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노동조합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도 했다.

징계해고 이후 2013년 6월3일 복직한 A씨에 대해 회사는 2013년 10월21일 파업참여 등을 이유로 출근정지 3개월의 징계, 2014년 3월20일 폭력행위 및 업무방해 주도 등을 이유로 출근정지 3개월의 징계, 2014년 11월24일 직장질서 문란행위 등을 이유로 출근정지 1개월의 징계처분은 부과했다. 또 A씨는 관리직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기업별노조 소속 조합원을 모욕했다는 범죄사실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의 판단=노동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상(死傷)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또는 사상(死傷)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전국금속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및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3.9. 선고 2005두13841)”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법리를 기반으로 ▲노동자 A가 회사의 불법적 직장폐쇄 및 징계해고로 총 2년3개월 동안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일을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회사의 징계해고 취소로 노동자 A가 회사 복귀 후에도 회사가 유성지회와 기업별노조를 차별대우하고, 회사의 관리직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반목하여 노동자 A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노동자 A가 해고·파업·복직을 반복하고, 여러 번 징계를 받은 것 등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며, 해당요인이 노동자 A의 증상 발현 및 지속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감정촉탁병원인 아주대병원의 소견 ▲노동자 A가 회사의 위법한 직장폐쇄 이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요양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의의=이 사건 재판부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회사는 A씨가 모욕행위와 업무방해 행위로 세차례 징계처분과 두차례 형사처벌을 받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음을 근거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 보호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회사에 손배청구 가능

재판부는 유성지회 조합원들과 관리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더해 회사는 유성지회 노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기업노조의 설립을 지원하고 유성지회 조합원을 차별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했다는 사실을 들어 회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법리에 따르면 사용자가 신의칙에 따른 보호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을 얻었다면, 당해노동자는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사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