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어른’ 전유물 아냐…18세로 선거연령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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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정치, ‘어른’ 전유물 아냐…18세로 선거연령 낮춰야 입시 아닌 정치 통해 자신의 삶 바꿀 기회 청소년에게 주어져야

기사입력2018-03-28 17: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 눈에도 앳된 얼굴이었다. 지난 22일 국회 앞 삭발식에서 검은 단발머리를 파랗게 잘라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청소년들은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 중이다. 어른의 보호대상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위치에 서서 말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들은 “청소년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기특하다고 평가받고, 어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미성숙하고 어려서 잘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려는 가장 악랄한 폭력이 바로 미성숙이라는 낙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참정권은 투표소 가서 도장 하나 찍고 나오는게 전부가 아니며, 참정권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뿐만 아닌 일터·학교·가정 모든 사회 구성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18세로 선거연령을 내린다는 의미는 무얼까. 연세대학교 김종철 헌법학 교수는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현행법이 의무이행과 권리행사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연령이 18세다. 무기를 휴대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하며, 사회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수행에 적정한 인지·이해 능력을 갖췄다고 기대하는 나이다. 공무원임용시험령의 8급이하 공무원 임용기준도 18세다.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법제상 능력연령을 국가가 18세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18세는 선거권를 행사함에 부족함이 없는 나이임에 틀림이 없다.

1948년 우리나라 최초 선거인 제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연령이 만 21세로 정해진 후 1963년 만 20세, 그 후 2005년 만 19세로 내려갔다. 국민의 선거권을 법으로 보장한 70년간 국가는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제한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18세를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한다. 오스트리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연령을 16세까지 낮추는 추세다. 선거연령을 19세로 고수하는 것은 민주주의 수준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최악의 청년실업률, OECD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청소년 자살률은 잘못된 정치의 결과다. 또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추진과 같은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자는 저항의 현장에 청소년이 있었다. 현대사를 돌아봐도 4·19혁명, 6·3 한일회담반대운동,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항쟁 그리고 2008년 소고기 촛불시위 현장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주체가 고등학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린 촛불혁명의 한복판에도 청소년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 고비고비마다 그 중심을 지켰던 이들이기에, 입시공부가 아닌 정치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바꿀 기회가 청소년에게 주어져야 한다.

우리국민은 촛불혁명을 이뤘고, 정치는 이제 생활 속에 들어왔다.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은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안이 포함됐다. 청소년·청년이 당면문제에 관심을 갖고 현실이 한걸음 더 나아지도록 하는 일, 정치 생활화는 선거참여 확대에서 시작된다. 정치는 어른의 전유물, 기득권 세력의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꿔가야 하는 희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