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삼성생명법’=‘이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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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보험업법=‘삼성생명법’=‘이재용법’ 금산분리 원칙 깨면서까지 특혜줄게 아니라면 보험업법 개정해야

기사입력2018-04-05 19:5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금산분리’ 원칙이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면, 기업이 부실해져도 계열금융사로부터 계속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금융사 투자자금도 부실화된다.

금산분리가 필요한 이유는 금융사 속성상 자기자본비율이 낮고, 금융사가 운용하는 대부분의 자금은 고객이 맡긴 것으로 일종의 공공재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금융사가 부실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기에, 일반 사기업과 달리 강한 규제가 인정된다.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삼성생명 총자산은 약 250조원으로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을 7조5000억원(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약 1062만주로, 이 주식가격이 7조5000억원을 넘어가면 ‘불법’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식 1주당 가격을 240만원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격은 약 26조원이다. 보험법상 보유가 허용된 계열사 주식가액보다 18조5000억원 더 많다.

4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삼성전자 주가

불법이 명백해 보이지만,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은 이같은 상황을 합법으로 둔갑시키고, 삼성생명은 금산분리 규제에서도 빠져나갔다. 보험업법 감독규정이 총자산 3%를 산정하는 기준을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로 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27%)을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로 환산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3% 밑으로 떨어진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이후 강산이 네번 바뀌어 40여년이 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약 17% 지분을 가졌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했다. 삼성생명 지분이 0.06%밖에 되지 않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삼성전자까지 이 부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고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7%)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0.06%를 가진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삼성전자로 내려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삼성생명은 사금고화 우려 없다’는 점 입증해야

은행을 포함 다른 금융기관의 경우 총자산에 대한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산정기준을 시장가격으로 규제한다. 보험업법을 삼성생명법이라고 조롱하는 이유도 보험업법만 유독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산정기준을 취득가로 정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해 사금고화 예방을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라면, 삼성생명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만일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은 사금고화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객관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

삼성생명에게 은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18조5000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과 이 부회장에게 금산분리 원칙을 깨면서까지 특혜를 줄 요량이 아니라면,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방법도 간단하다. 법률개정 사항이 아닌 보험업법 규정만 고치면된다. 산정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이후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은 어떻게 하냐고 묻는 이가 분명히 존재함을 안다. 그래서 답한다. 이 부회장이 알아서 하라고. 이 부회장만이 삼성전자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과 편견이고, 한국경제에도 안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