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현장서 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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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정책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현장서 답 찾아야” 골목상권 재생…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추혜선 위원장

기사입력2018-04-06 19: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추혜선 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관련 주체들을 설득하고 공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죠.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정책을 검증하고 목소리를 내며 엄격한 감시자가 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등 보완정책을 내놨지만, 정책 집행과정에서 정책의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의 대상자들이 보다 쉽게 참여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현장에서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행정부에 전달하는 일 또한 저희 위원회가 하는 일입니다.”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혜선 의원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현장 목소리 들어야”

추 위원장이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이 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새로 출범한 정부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추 위원장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각 부처에 정의당과 상인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몇 가지 정책 제안을 하고 그 추진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협의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지원단’의 구성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가 시행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여러 여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만나야 성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남양유업 갑질사태 이후 불거진 을들의 권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5월 정의당 차원에서 발족했다.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는 상인운동을 하는 당원들과 시도당 중소상공인위원회 활동을 하는 당원들로 구성됐다. 현재 대전, 부산, 충북 등 중소상공인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카드수수료 인하, 지역사랑상품권 도입, 상가임대차보호 강화를 목표로 정책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추 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인데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아직 의지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이와함께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는 단지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을 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자는 의미라고 강조한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도 저임금에 기대 생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 1만원 이상의 시급을 주면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추 위원장의 판단이다.

골목상권의 재생에 관심…‘지역사랑상품권 법안’ 발의

추 위원장은 특히 골목상권의 재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추 위원장이 발의를 앞두고 있는 지역사랑상품권 법안은 골목에서 사람소리가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작은 상인들이 사라지고 대기업 체인점으로 뒤덮힌 골목을 상상해보세요. 골목가게 사장님들은 대기업에 돈 벌어주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죠.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지역화폐는 이런 왜곡된 구조를 탈피하고, 소상공인도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재벌대기업 규제정책과 중소자영업자 지원정책으로 나눠 볼 수 있는 정부의 중소상공인정책을 보면, 유통재벌은 규제를 하면 그것을 피해 확장해 나가고, 지원정책은 지나치게 미시적이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추 위원장은 지역사랑상품권은 중소상공인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선순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매개이며, 모든 것이 대기업으로 빨려들어가는 왜곡된 한국사회의 자원배분의 방향을 바꿔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추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겹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치 영역에서 대변하고 그들 스스로가 더 큰 힘을 갖도록 중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정책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추 위원장에 따르면, 조폐공사가 제조한 지역화폐가 2016년까지 1000억원 내외였지만 지난해 308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2월에만 벌써 1149억원 제조됐으며, 조폐공사 외 기관이 제조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관련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상인단체나 시민단체가 자체 발행하거나 지자체 조례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건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이다.

추 위원장은 이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역사랑상품권 법안에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분명히 하고, ▲기금을 조성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사업 추진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로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안 등을 담았다.

“건물주 아닌, 가치를 생산하는 중소상공인에게 권리를”

추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겹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치 영역에서 대변하고, 그들 스스로가 더 큰 힘을 갖도록 중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정책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유통재벌이 더 이상 중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업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는 한편,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부활 등도 추진한다. 이와함께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1% 상한제 도입, 상가임대차보호 강화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농업에서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말이 있죠. 상업이나 제조업에서도 건물주가 아닌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즉 중소상공인들에게 그 권리가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경제의 핵심주체로 인정하고 경제주체로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