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 사태’와 허술한 증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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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삼성증권 유령주 사태’와 허술한 증권시스템 도덕적 해이도 나타나고 대책도 미비…총체적 문제 한번에 보여줘

기사입력2018-04-09 16:1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금소원은 “이런 정도의 자본시장 초유의 사태라면 사건발생 당일 바로 금감원이 삼성증권을 장악해서 모든 처리과정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한 직원의 단순 입력실수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삼성증권 유령주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크다. 삼성증권의 유령주 사태는 증권시스템의 허술함,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증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 피해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 미비, 관련당국의 책임회피 등 총체적 문제를 한 번에 보여준 자본시장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사)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9일 “이번 사건은 국내 증권사들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새삼스럽게 증명해 준 것”이라며 “그 동안 증권사들이 이와 유사한 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원이나 전산사고로 인한 투자자 피해에 대해 무책임으로 일관해오고, 이에 관련해 감독당국은 증권사 비호와 무능으로 대응해 온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사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한 사고를 냈다. 이후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당일 오전 착오로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 매도했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으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상황이었다. 또,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함께 삼성증권 일부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 및 매도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삼성증권 직원의 주식매도로 인해 한 때 삼성증권의 주가가 급락해 동반 매도한 일반투자자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그래픽=채민선기자, 사진=뉴시스> ©중기이코노미

이번 사고의 경우, 발행주식수인 8900만주를 약 31배 초과하는 수량인 28억1000만주의 주식물량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도 노출됐다.

금소원은 “사람이 입력하는 숫자는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숫자를 넣었어도 거래가 가능했다는 것은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리나라의 금융수준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은행의 경우 한해 수천억의 전산투자를 하는 반면, 대부분의 증권사가 고작 100~200억원 정도의 투자를 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유령주를 배당받은 직원 모두가 매도를 했거나, 일반주주에게 같은 착오가 발생했었다면 삼성증권은 결재 불이행으로 파산되고,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사태였다”고 강조했다.

금소원은 금감원의 대응에 대해서도 “이런 정도의 자본시장 초유의 사태라면 사건발생 당일 바로 금감원이 삼성증권을 장악해서 모든 처리과정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음에도, 감독당국이 사건의 처리를 삼성증권에 요청할 일이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를 면담하고 증권회사로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저한 사고수습을 촉구했다. 또 투자자 피해보상이 신속하고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조속히 마련할 것과 피해신고 접수 및 처리를 담당하는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11일부터 7영업일 동안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