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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조 추정 ‘이건희 비자금’ 환수하는게 정의다

금융위가 27개 차명계좌에 34억 과징금 부과한 것은 시작에 불과 

기사입력2018-04-12 17:2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금융위원회는 12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운용했던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에 33억9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 차명계좌는 1993년 8월12일 긴급재정경제명령 이전 개설된, 이 회장 소유의 차명계좌 27개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과징금 납부 주체는 차명계좌 소유주인 이 회장이 아닌 4개 증권사다. 

이번 과징금 부과처분은 이 회장의 재산(4조5000억원)이 1199개 차명계좌에 숨겨졌다는 사실이 2008년 조준웅 특검이 확인한 이후 나온 최초의 제재다. 거꾸로 말하면, 27개 차명계좌 이외 이 회장 소유 1172개 차명계좌에는 단 한푼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33억9000만원을 ‘회수’했으니 금융위의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지만, 씨알이 먹히지 않는 소리다. 이 회장 본인이 인정한 ‘비자금’ 규모가 무려 4조5000억원이다. 

이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인 이맹희씨와 다툰 2012년 상속재산반환청구소송에서 차명계좌 4조5000억원은 ‘상속재산’이 아닌 자신이 만든 돈이라고 했다. 조준웅 특검 당시 상속재산이란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번복했다. 4조5000억원이 이 회장의 주장대로 상속재산이 아니라면, 그 돈은 2008년 삼성특검 이전 삼성계열사에서 횡령·배임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으로 보는게 합리적 추론이다. 그리고 이런 의혹에도 지금까지 4조5000억원의 자금출처를 이 회장이 소명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특검이 ‘상속재산’이라고 면죄부를 줬음에도, 이 회장은 자신의 입을 통해 범죄사실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범죄수익금 4조5000억원을 원래 주인인 삼성계열사에 반환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4조5000억원을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하게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도 배신했다. 이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2008년 특검 발표 이후 들끓은 국민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사실상 사기였던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중 27개 계좌에서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61억8000만원의 자산이 있었던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사진 위).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관련 금융·과세 당국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사진=뉴시스>

전대미문의 이 사기극이 지금껏 어떤 단죄도 받지 않고 용인되는 현실은, 금융당국의 ‘이 회장 봐주기’를 빼고는 도무지 설명이 불가하다. 특검이 상속재산으로 결론냈고, 납부시효가 끝나 상속세를 부과하지 못했다해도,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검토했어야 했다. 금융위가 금융실명제법만 제대로 적용했다면, 4조5000억원에 대해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었음에도 그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실명제법상 차명계좌를 존재하지 않은 가상인 명의의 계좌로 좁게 해석했다.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 명의 1199개 계좌에서 4조5000억원을 실명전환없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금융위 행정해석과 달리, 이미 1998년 대법원은 ‘홍길동’ 등 가상인물의 계좌는 물론 주민등록 등에 의해 확인된 자의 계좌 역시 차명계좌라고 판결했다. 또 이 판결내용은 ‘금융실명제 종합편람(2008)’에 수록됐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이 회장 맞춤형 행정해석’을 위해 대법원 판결을 무시했다고 보는게 진실에 가깝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이게 다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은 특검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200여개를 추가로 찾았다. 이 회장은 이들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다. 경찰조사를 인용한 이같은 보도에 대해 국세청과 금융당국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 추가 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양도소득세율 등을 고려하면, 이 회장은 최소 5000억원 많게는 조단위 이상의 차명재산을 운용했다는게 언론의 분석이다. 여기에 2008년 확인된 4조5000억원을 더하면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영세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책정된 일자리안정자금 규모가 3조원미만이다. 또 정부가 재난수준의 고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이 3조9000억원, 4조원미만이다. 이 회장 개인이 운용한 비자금의 규모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란 말이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5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비자금에 대해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이자 및 배당소득세,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시효가 지났다, 부과요건을 더 검토해봐야 한다는 등의 한가한 소리엔 원성 가득한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금융위가 이 회장 개인에겐 아니지만, 차명계좌 운용 증권사에 과징금을 부과했지 않은가. 행정·사법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위법행위에 철퇴를 가하지 않는다면, 나라다운 나라는 요원하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입으로만 소상공인·자영업자 고충을 얘기하지 말고, 이 회장의 불법자금을 회수해 소상공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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