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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사건 ‘오너리스크’도 작동하지 않는 사회

재벌가의 안하무인격 일탈·범죄, 손놓고 있어야 하는 현실 서글프다 

기사입력2018-04-16 18:3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아주 잠깐 동안 잊었던 ‘오너리스크’가 다시 돌아왔다. ‘물병’ 갑질에 드러나지 않았던 폭언이 나오는 등 화제의 중심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섰다. 포탈 이용자가 직접 편집하는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 전무를 “언니랑 오빠와 더불어 대한민국 최악의 인성을 가진 재벌 인물”로 소개했다. 나무위키가 이들 3남매를 싸잡아 ‘최악의 인물’이라고 평가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언니랑 오빠와 더불어’라는 문구에서 언니는 최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이다. 더 이상 말해 봐야 입만 아플 정도의 인물이다.

오빠가 좀 생소하긴 한데, 재벌가 일족의 기행에 다소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조 전무의 오빠인 조원태 대한한공 대표이사의 전력도 화려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대표이사는 지난 2000년 교통법규 위반 후 단속 경찰관을 친 후 뺑소니를 하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2005년엔 아이를 안고 있던 70대 할머니를 폭행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사건도 있었다.

화룡점정인가, 조현아·조현태 남매에 이어 최종 마무리는 막내동생이 장식했다. 나무위키가 한번에 읽기에도 버거운 분량을 할애해 조현민의 ‘만행리스트’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이들 3남매의 알려진 ‘갑질’은 이 정도로 해두자. 청와대 국민청원 형식으로 조현민의 만행을 질타하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포함 이들 남매에 대한 ‘제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사족이다.

다만, 대한항공. 총수일가를 포함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벌가의 파렴치한 행동이 한국사회에서 ‘오너리스크’가 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어 조씨 남매 얘기를 먼저 꺼내봤다. 당장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을 살고,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조현아씨가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하는데 채 4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이 오너리스크에 따른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말은 없었다. 당시 조현아씨의 행패가 온국민의 분노를 자아내면서, 대한항공의 평판자본(reputation capital)이 좀 깎이긴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민중당 서울시당.<사진=뉴시스>

오너리스크가 없기는 대한항공만이 아니다. 엽기적인 수준의 조폭놀이를 즐겼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부자 역시 기억에 남는건 야구방망이뿐, 그 사건으로 한화 주가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없었다. 왕년 현대그룹 ‘형제의 난’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큼, 독하게 붙었다. 지금도 여전한 롯데 ‘신동빈·신동주 간 전쟁’에도 불구하고 오너리스크는 없었다. 전쟁와중에도 신동빈 부회장은 2016년, 롯데쇼핑을 비롯한 3개 회사에서 64억원의 보수를 챙겼다는게 경제개혁연구소의 분석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2016년 임원보수 공시현황 분석’에 따르면, 8900억원 분식회계 조세포탈과 횡령·배임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조석래 전 회장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각각 46억원, 11억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회삿돈 450억원을 개인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려 횡령해 실형을 살고, 2016년 3월 복귀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보수가 15억7000만원이다. 운전기사 폭행 사건의 대림산업 지배주주 이해욱 이사가 13억8000만원, 한진해운 부실경영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었던 최은영 전 회장도 유수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으로 11억2200만원을 받았다.

대한항공 ‘3남매 사건’이나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등 치킨가게 회장급을 넘어 재벌급에 이르면 오너리스크 기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피자와 치킨 정도라면 대체가능한 제품이 다양하지만, 비행기 탑승은 대체가 극히 제한적인 독과점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까지 자신의 경영권 강화에 동원하고, 수십수백억원을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로 바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오너리스크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 자체를 부정하는 삼성이 싫고, 이 부회장의 ‘부도덕성’에 문제의식을 가졌더라도 ‘갤럭시’대신 애플이나 LG 제품을 선택하기엔 쉽지 않다는 말이다. 

10대 또는 30대 재벌기업 계열사가 한국사회 산업구조를 독과점적으로 지배하는 한, 한국경제에서 오너리스크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평판(reputation)이 훼손돼도 소비자의 대체 가능성이 없는 독과점구조라면, 경제적인 의미의 오너리스크 이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게 사법부의 법에 따른 ‘엄벌’인데, 한국사회 검찰과 법원은 경제범죄 특히 재벌가의 고질적인 일탈에 대해선 한없는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적지않게 헌신하는 노동자 수만명 이상이 있다. 법원과 검찰은 이들의 노동가치, 대한항공이 매일 새롭게 만드는 부가가치에 이들이 기여하는 몫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재벌일가의 ‘경제발전 기여’, ‘경영권 보장’ 등의 헛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법원과 검찰이 국민의 법감정과 다른 판단을 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길어졌지만 재벌가의 오너리스크가 작동해야 하는게 마땅하고, 그런 사회만이 자정기능을 통해 사회경제시스템이 국민의 상식과 통념에 따라 운용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또 촛불혁명이 지향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바로 이런 나라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재벌일가의 탈선에 대해 경제적인 제재도 가해지지 않고,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상의 책임 또한 하나마나한 수준에 머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애린다. 법원과 검찰 개혁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지만, 그때까지 재벌가의 안하무인격 일탈과 범죄를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또 그 끝이 언제이고 그 행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초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절망감을 향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하루라도 빨리 법원과 검찰 개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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