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9/08/24(토) 20:39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상생파트너대기업·공기업

대한항공 ‘조현민 물컵’은 재벌개혁 신호탄이다

대한항공이 받아야 할 돈 안받고, 안줘도 될 돈 준 이유는 

기사입력2018-04-29 18:00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던진 물컵은 한진그룹을 뒤덮는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패악질을 보면 아니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 어쩜 저럴 수 있지?” 싶다. ‘성북동 사모님으로 표상되는 상상속의 재벌은 얼마나 우아한가. 궁금하다. 한진그룹 조씨일가는 뭘 믿고 그렇게 패악질을 부릴 수 있었을까?

 

그런데 TV드라마의 영향 때문일까. 평소 고고하던 재벌이 컵에 담긴 물을 상대방 얼굴에 뿌리거나 침을 뱉는 장면도 상상된다. 영화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일가의 또 다른 얼굴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상상은 현실에 기초하기 마련. 그러고 보면 재벌의 폭력 갑질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궁금하다. 한화그룹 김승연, 김동선은 뭘 믿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주취난동을 벌일 수 있었을까? SK 최씨일가 최철원은 뭘 믿고 고용승계를 요구한 노동자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을까? 현대그룹 정씨일가 정일선은 뭘 믿고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퍼부으면서 14장도 아닌 140장짜리 매뉴얼을 지키라고 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가진 지배력덕분일거다.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재벌총수일가가 가진 돈과 주식은 멀쩡하다. 건드릴 수가 없다. 총수일가는 주식에서 나오는 지배력을 유감없이 사용하고, 회사는 총수일가의 봉건영토가 된다. 영주가 되어버린 총수일가에게 노동자는 농노가 된다.

 

한진그룹을 보자. 한진그룹은 2002년 조중훈 회장 사망 이후 장남 조양호씨가 대한항공을 승계하면서 그룹 회장직도 승계했다. 조양호 회장의 동생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씨는 각각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화재 등을 맡았다. 그러나 형제 간 상속분쟁 이후 200534남 조정호씨가 메리츠화재를, 같은 해 10월 차남 조남호씨가 한진중공업을 계열에서 분리했다. 3남 조수호씨는 한진해운을 경영하다 2006년 사망했으며, 부인 최은영씨와 두 딸이 지분을 승계 받고 최은영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최은영 대표이사 시절 한진해운이 위기에 처하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돈을 퍼부었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사실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현재 한진그룹 지배주주는 조양호 회장이다. 종래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을 통해 그룹 전반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20138월 자사주 6.75%를 보유한 대한항공이 한진칼(지주회사)과 대한항공(사업회사)으로 분할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조씨일가는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고,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6%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진에어, 한진해운 등 핵심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조씨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가치는 약 36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조씨일가는 3600억원어치 주식으로 총자산 약 37조원의 한진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6월 기준, 단위:%<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조씨일가가 스스로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 한, 그들의 지배력은 결코 약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상속이 발생할 때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면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보유 주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막아야 할 일. 그렇다면 조현아·조원태·조현민 3남매가 해야 할 일은 조양호 회장 사망시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한진칼 주식이 아닌 다른 재산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돈이 나올까.

 

가장 돈이 잘 나오는 방법이 바로 일감몰아주기. 조현아씨는 서울 소공동 한진그룹 1층 커피숍, 조현민씨는 인하대병원 1층 커피쑙 주인이라는데, 이런 알짜배기 가게라 해도 일감몰아주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보자.

 

대한항공이 받아야 할 돈 안받고, 안줘도 될 돈 준 이유는

 

한진그룹 계열사 싸이버스카이는 기본적으로 싸이버스카이숍이란 인터넷 면세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인데, 조씨일가 지분이 201511월까지 100%였다. 고객이 싸이버스카이숍에서 기내 면세품을 주문·결제하면 대한항공 승무원이 기내에서 고객한테 면세품을 전달해주는 시스템인데, 사실상 대부분의 업무는 대한항공이 수행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 기내면세품 매출액 중 14%를 업무대행수수료로 줬다.

 

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숍 온라인쇼핑몰 입점업체들로부터 광고를 수주했는데, 입점업체들이 낸 광고료는 대한항공이 아닌 싸이버스카이에 전액 귀속됐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로부터 비행기 모형, 가방, 인형 등 판촉물도 구매했는데, 싸이버스카이의 마진율은 4.3%, 9.7%, 12.3%로 계속 올라갔다. 이와함께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판매하는 통신판매상품(기내면세품이 아닌 상품으로서 식음료품, 여행용품 등)을 팔아주는 대가로 싸이버스카이로부터 판매액 15%의 통신판매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했는데, 일부 통신판매상품(제동목장, 제주워터 등)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알아서 안받았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 기내 잡지 모닝캄에 실리는 광고나 좌석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나오는 광고의 판매 대행을 위탁했다. 그 다음 광고판매대행수수료로 대한항공이 얻은 광고료의 15%를 싸이버스카이에 주었다. 싸이버스카이가 한진그룹 내부거래로 번 돈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약 239억원이었다.

 

또 있다. 이번에는 유니컨버스란 회사다. 한마디로 콜센터 회사인데 조씨일가의 지분이 100%. 유니컨버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장비나 시스템을 투자받았기에 장비구매비용, 설치비용, 유지보수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유니컨버스에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했다. 유니컨버스가 한진그룹 내부거래로 번 돈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약 1075억원이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을 수사중인 경찰의 압수수색 차량이 서 있다.<사진=뉴시스>

 

조씨일가가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상당히 벌었을 것 같다. 이러한 재벌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계열사는 총수일가가 비상장회사의 경우 20%,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를 말한다.

 

위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사례를 다시 보자. 대한항공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그에 비례해 조씨일가가 얻은 이익도 크게 늘었을 것이다. 만약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가 조씨 3남매가 지배하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대한항공이 알아서 받아야 할 돈 안받고, 안줘도 될 돈은 주고, 심지어 마진율도 늘려주었을까? 누가 봐도 조씨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고 할 것 같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당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위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로 지배력을 집중시켜왔다. 삼성SDS, 현대글로비스, SK C&C, 한화 S&C는 모두 재벌기업집단 계열사였고, 재벌 2·3세들이 대주주인 회사이며, 그룹 내 일감을 몰아 받으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재벌 2·3세들은 이들 회사를 기반으로 재벌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좀 하지 말라며 법이 만들어졌지만, 막상 법원은 입증부족이라며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조씨일가가 한진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한, 그들은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것이다. 땅콩회항 조현아 부사장이 사건 발생 3년여만에 경영에 복귀하는 것만 봐도 뻔하다. 더 이상 재벌개혁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재벌개혁의 법제도가 있더라도, 재벌의 갑질을 관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모이지 않으면 조현민 전무는 또다시 우리 얼굴에 물컵을 던질 것이다. 비웃으면서.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중국비즈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