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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高재해, 낮은 공사비·짧은 공기 때문

업계, 공공부문 공사비 현실화 vs 기업 신뢰제고로 국민 설득해야  

기사입력2018-05-10 09:59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막기 위해 공공발주 공사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모를 쓰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재해율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공사비를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늘리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공공발주는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건설업계가 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로 재해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9일 여야의원이 주최한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후반 이후로 재해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안전시설 확대로 재해율을 낮추는건 한계가 있다”며 “고용노동부도 공사비에 대한 대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현장이 할 수 있는 교육이나 안전시설 확대 등의 안전예방 조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9일 여야의원이 주최한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선임연구위원은 종합심사낙찰제 개선을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다가구주택 공사기간…선진국 11~14개월 vs 한국 7개월이내

 

최민수 연구위원은 안전사고 유발원인으로 공사비 및 공사기간 부족을 꼽았다. 공사비 부족은 저가장비 사용으로 이어지고, 짧은 공사기간때문에 무리하게 시공을 진행하는 등 위험요소가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최 연구위원은 “선진국 경우 다가구주택 공사기간은 11~14개월이다. 한국은 7개월 이내에 짓는다”며 “우리나라 건설비용은 2016년기준 ㎡당 163만원으로 조사대상 62개국 평균인 181만원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낮은 공사비가 가져오는 폐단을 인식해 대책을 마련했다. 공공부문 300억원이상 규모 공사발주시 적용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2014년 시범도입, 2016년 본격시행했다기존 최저가낙찰제에서 발생하는 덤핑낙찰과 부실시공, 저가하도급, 임금체불, 산업재해 증가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책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공공부문 공사 낙찰률…韓(77%) vs 日(92%) vs 美(90%)

 

그러나 종합심사낙찰제가 애초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최저가낙찰제로 전락했다는게 최민수 연구위원 주장이다. 최 연구위원은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은 2015년 82.2%를 정점으로 2017년 77.7%로 내려앉았다”며 “일본은 공공공사 낙찰률이 92%수준(2015년기준)이다. 미국 경우 연방도로청이 발주한 사업의 낙찰률이 90%(2012~2013년기준)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낙찰률이란 예정가격대비 낙찰가격을 의미한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종합심사낙찰제 개선해야 

 

최민수 연구위원은 종합심사낙찰제 개선을 요구했다. 최 연구위원은 “현행 종합심사낙찰제는 최저가낙찰제와 마찬가지로 공사비가 주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며 “균형가격 산정방식과 낙찰배제 투찰률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균형가격은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가격’ 항목을 심사하는 기준이 된다. 상위 40%와 하위 20%를 배제한 입찰가격 평균값으로,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최 연구위원은 균형가격 산정시 상·하위 모두 20%로 동일하게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상위에서 더 많은 비중을 제외한 탓에 균형가격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또 종합심사낙찰제에서는 투찰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낙찰에서 배제한다. 현재 낙찰배제 투찰율은 70%다. 최민수 연구위원은 무리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낙찰배제 투찰율은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주자와 건설업계 간 신뢰회복이 공사비 정상화의 선결과제”

 

건설현장 재해를 둘러싸고 건설업계와 발주자간 시각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업계는 공사비가 낮아 적자를 감내하며 수주를 받아야 하는 탓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공공무분 등 발주자는 업계의 적자수주 주장을 의심하는 가운데, 관리·감독을 통해 재해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조달연구원 오세욱 연구위원은 “공사비 정상화 문제가 반복되는건 정부가 기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공공공사는 공적자금으로 운영한다. 발주자는 예산효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상호간 신뢰회복이 공사비 정상화의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공공부문 역시 공사비와 안전 간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건설업계 자체노력을 요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김형준 건설기술본부장는 “안전과 공사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택공사도 경영기조를 원가절감에서 품질제고로 전환했다”면서도 “무조건적 공사비 상향은 한계가 있다. 저가하도급과 입금체불 등 하도급상 문제를 규제해야 한다. 원도급사 낙찰률 상승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하도급에 전달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기업도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길 지방재정정책관은 “국민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 납세자인 국민도 공공공사 계약 주체에 포함된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기업도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섭 회장은 “건설재해 근본원인은 발주자를 책임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주자 지위에 있다보니 책임을 부여하지 못했다”며 “진짜 위험은 현장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위험전가에 있다. 발주자에게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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