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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아직까진 ‘당근’보다 채찍’ 필요하다

‘프랜차이즈’에서 공정위의 추진력…‘재벌개혁’ 과정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사입력2018-05-10 19:5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의 불법파견이 15년이 넘고 있습니다. 삼성과 한진만 갑질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현대기아차 그룹, SK, LG를 포함해서 한국사회 10대재벌이 불법파견과 불공정 거래, 노조 와해, 불법경영 승계 갑질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습니다. 재벌갑질을 막아야 합니다. 재벌갑질 총수 구속하라.”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장 문 앞에서,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김수억 지회장이 “오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재벌을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왔다” 며 한 말이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 비정규지회 조합원 5명은 간담회장 안에서 “정몽구 구속시켜라”, “재벌갑질 총수 구속하라”는 구호와 함께 기습시위를 벌이다, 주최 측에 의해 간담회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10대그룹 경영진이 기념촬영을 하는 중 금속노조 조합원이 '재벌갑질 총수구속'을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촛불혁명’으로 정치권력 주류는 교체됐음에도, 경제권력은 여전히 촛불 이전의 구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공약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저격수’란 별칭의 김상조 위원장을 내세웠다. 또 ‘노동존중 사회’ 구현을 앞당기고자 고용노동부 수장으로 금융노동자 출신 김영주 장관을 선택했다.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사회란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습시위는, 재벌은 여전히 ‘문 안에’ 있는 반면 노동자는 지금도 ‘문 밖에’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10대룹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새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재벌개혁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느슨하고 느리다고 비판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을 거칠게 옥죈다고 비판한다”면서 “한쪽의 시각에 치우치기보다는 현실에 맞게 양쪽의 비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시각의 가운데 지점에서 재벌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맞추고,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개혁에 대한 김상조 위원장의 의지를 신뢰하기에, 우리사회 경제부문 주류집단의 논리를 수용한 공정위원장의 어법을 ‘정치적’ 수사라고 믿는다.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책임과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나, ‘양쪽의 비판’을 동일한 무게로 받아들여선 재벌개혁이 요원하단 것을 공정위원장이 더 잘 안다. 또 재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기계적인 균형만으론 기울기만 더 크게 만들고 재벌우대 정책으로 귀결된다는걸 모르지 않는 김상조 위원장이다.    

재벌개혁을 위해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3년 내지 5년’, 그래선 안된다. 지금 상태라면 10대그룹  간담회장에서 자신들의 고통을 절규했던 비정규직에게 ‘3년 내지 5년’를 기다리란건 너무 가혹하다. 또 재벌대기업의 관행화된 불공정행위로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3년 내지 5년’을 버틸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힘을 가진 재벌대기업이 ‘공정’이란 대의를 수용하고, 자신의 살을 내어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지금 정부 특히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재벌기업에게 사용할 카드는 ‘당근’보다는 채찍’이어야만 한다. 

공정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거래관행 개선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0대재벌이든 30대재벌이든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개선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높이로 보자면, 지금껏 진행된 재벌개혁은 사실상 그 실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소 가혹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면, 지난 1년간 공정위가 추진했던 프랜차이즈 부문에 대한 개혁과 재벌개혁을 비교해보면 확연해진다. 

지난 1년간 프랜차이즈 부문을 대상으로 공정위가 채찍을 동원함으로써 만연했던 ‘갑질’을 완전하게 뿌리 뽑지는 못했지만, 그 근절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재벌개혁과 관련해선 국민들이 체감했거나, 향후 개혁의 가능성을 엿볼 기미조차 보이지 못했다. 보수·극우 야당 탓이라 변명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재벌개혁을 위해 반드시 국회입법을 거쳐야 할 사안도 있지만, 행정부가 가진 권한만으로도 실천 가능한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 권한만으로 재벌개혁이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도 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그리고 고용노동부 등 유관부처와 협업을 통해야만 실효적인 규제방안이 나온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더라도 재벌개혁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부처가 공정위다. 또 재벌개혁을 추동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곳 또한 공정위이기에 국민의 기대감 역시 크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이 지난 시점, 이제 재벌개혁을 위한 단호한 결단과 함께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런 이유로 김상조 위원장이 준비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한국사회 모든 ‘을의 눈물’을 닦아줄 혁신적 대안으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더도 말고, 프랜차이즈 부문에서 보여줬던 김상조 위원장의 추진력,재벌개혁 과정에서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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