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北 산업화, 南 중소기업 고도화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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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경협...“北 산업화, 南 중소기업 고도화의 기회” ‘산업개발공동체’…“北 생산·제조·조립, 南 마케팅·기술개발·수출시장개척”

기사입력2018-05-18 10:4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남북경협은 남북 경제발전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지난 5,6년간 꾸준히 산업화를 경제정책 주요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남한은 과도한 공급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화와 시장확보라는 남북수요에 부합하는 남북경협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투자, 자체가 북한을 만족시킨다는 전제하에 논의된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한홍렬 교수는 남북경협에 관한 논의가 인프라 투자에 집중되는 현실을 우려했다. 한 교수는 “현재 경제협력 논의는 크게 세갈래 정도다. 우선, 국제금융기구나 미국·유럽 자본이 북한에 투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호텔건설 등이 거론되는데,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만 있지 목적이 불분명하다. 돈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북한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전제하에 논의된다. 막연한 기대와 투자가 반드시 바람직하다는 가정이 맞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번째는 철도, 항만, 물류 등 SOC개발이다. 남북경협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업이다.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세번째가 가스관이나 송유관 등 에너지인프라인데, 러시아 석유나 가스를 남한까지 값싸게 들여오고 북한에 통행세를 내는 아이디어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한홍렬 교수는 “북한은 생산, 제조, 조립을 맡고 남한은 마케팅, 기술개발, 수출시장 개척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남북경협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한홍렬 교수는 남북경협 구상을 평가할 기준으로 ‘남북수요’와 ‘이행시간’을 제시했다. 남과 북의 수요를 각각 중소기업 고도화와 산업화로 꼽았다. 이행시간과 관련해선 SOC기반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3~5년간 발생하는 공백을 지적했다.

“SOC나 막연한 투자가 북한 산업화와 합치하는지는 회의적이다”

한 교수는 “북한 경제정책의 특징은 산업화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제가 높은 단계로 이행한 사례는 없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의 신년사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공업생산력을 증진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SOC나 막연한 투자방식의 남북경협이 북한 산업화와 합치하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고 평가했다.

남한의 수요와 관련 한 교수는 “남한 제조업의 과도한 공급능력이 짐이 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 수출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 재벌기업은 스스로 국제화한다. 베트남과 중국으로 나가 공장을 만든다. 글로벌 생산분업체계를 형성해 경쟁력 유지하고 생존한다. 이제 삼성수출제품이 반드시 국산이라고 할 수 없다. ‘메이드인베트남’, ‘메이드인차이나’다. 수출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줄고 있다. 수출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입지는 좁아진다. 남한은 남북경협을 중소기업이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OC가 구축돼야 남북경협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SOC사업은 논의부터 계획,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송유관이나 철도를 깔 동안 어떤 형태의 경협이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사업…“北은 계속 노동력만 제공, 산업화로 못나가”

한홍렬 교수가 제시한 평가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개성공단사업은 낙제점에 가깝다. 한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경협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값싼 임금만 활용하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경협이란 중요한 의미 갖지만, 이러한 모델을 지속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계속 노동력만 제공하지, 산업화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개발공동체’…“北 생산·제조·조립, 南 마케팅·기술개발·수출시장개척”

바람직한 남북경협 모델에 대해 한홍렬 교수는 남과 북이 생산분업체계를 이루는 ‘산업개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북한은 생산·제조·조립을 맡고 남한은 마케팅·기술개발·수출시장개척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남북경협을 시작해야 한다. 남한기업은 전체 생산단위에서 보다 부가가치 높은 쪽으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북한은 제조업에서 직접 역할을 수행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능력을 갖춰나가는 등 산업화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개발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남북 합작기업을 그려볼 수 있다. 한홍렬 교수는 “가령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보자. 남북 합작기업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심부품을 못 만든다. 남한은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한다. 북한은 조립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이 이뤄져 북한 산업화를 촉진한다. 남한은 해외시장개척과 기술개발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개발공동체 구상에 따라 설립된 남북 합작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합작기업에 참여한 남한의 중소기업이 ‘고부가가치 부문’을 소화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에 한홍렬 교수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마케팅·수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협력과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北 산업화, 경제적 통일 위한 물질적 토대 만드는 구상”

한홍렬 교수는 “시장확보 측면에서는 정부가 정책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손해보라고 만든 기관인데, 직원·기관평가 때문에 보증을 잘 안 서준다. 기준을 만들어서 북한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무역보험, 무역금융 등을 호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협력대상뿐 아니라 시장으로서 의미도 갖는다. 한편으로는 국내시장을 보장해줘야 한다. 공공협력을 통해 공공조달시 남북 합작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등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남한 내수시장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른바 ‘차이슨’이라고 불리는 중국 저가형청소기가 인기다. 다이슨만큼 수요가 많다. 남북 합작기업이 값싸고 품질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북경협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적절히 이뤄진다면, 산업개발공동체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고도화되고 국제화 역시 달성할 수 있다는게 한홍렬 교수의 주장이다.

한홍렬 교수는 남북경협 초기 산업개발공동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제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두 국가간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려면 양국의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현재 남북경제 수준에서 경제가 개방되면 노동은 내려오고 자본은 올라간다. 지금으로선 경제개방이 요원한 이유다. 산업개발공동체는 북한 산업화를 지원해 경제적 통일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만드는 구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