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으로 체질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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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으로 체질 개선한다 물류마진을 로열티 중심 수익구조로 바꿔야…가맹점주協 정종열 정책국장

기사입력2018-05-28 17:1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종열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정책국장(가맹거래사)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부작용의 원인을 배분의 불공정성과 힘의 불균형, 두 가지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프랜차이즈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10년을 전후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등 폐해가 사회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점주들의 삶은 파괴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더군요”

“2013년경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모여 대응을 하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더군요. 결국 제도를 개선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흩어져 있던 가맹점주 단체들이 연대해 2015년 1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라는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9개 브랜드의 단체로 시작한 연석회의는 현재 30개 브랜드 1만여명의 가맹점주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정종열 정책국장(가맹거래사)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 ▲가맹점주들의 조직화 지원사업 ▲프랜차이즈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활동 등이 연석회의 주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사무실 ©중기이코노미

정 정책국장은 프랜차이즈산업 부작용의 원인을 두 가지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배분의 불공정성이다. 프랜차이즈산업 매출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7조 50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의 35%이상인 2조5000억원은 4200개 가맹본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5조원을 23만개 가맹점주가 나누는 구조다. 1명의 가맹점주가 1년에 가져가는 돈이 2100여만원 수준, ‘알바보다 못하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또 하나는 경제력·정보력·조직력 등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불균형 문제다. 정 정책국장은 “프랜차이즈산업에서 그동안 발생한 모든 분쟁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힘의 불균형에 의한 수익배분의 불공정에서 초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로열티 중심 아닌 물류마진 추구가 부작용 원인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불공정문제가 발생하는 주요 접점 중 하나가 필수물품이다. 본사가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해 가맹점에 공급한다면 싸게 파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본사가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하고, 시중보다 훨씬 비싸게 팔아 과도하게 마진을 남기는 형태가 부작용을 불러온다.

정 정책국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본연의 로열티 사업보다는 유통업이나 인테리어에서 주마진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랜차이즈산업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로열티를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가 이미 안착돼 있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비스나 노하우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로열티문화가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도 지난 70년대에 우리와 같은 본사와 가맹점 간의 물류마진 갈등이 첨예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로열티 중심의 산업구조가 성숙단계에 이른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미처 관련제도를 만들기도 전에 프랜차이즈산업이 워낙 급격하게 성장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지난 3월 부당한 필수물품 강제행위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중기이코노미

개정돼야 할 가맹사업법 4가지 쟁점

정 정책국장은 가맹사업법은 2002년 제정이후 여러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필수물품 구매강요 금지조항=가맹사업법에 가장 먼저 도입돼야 할 것은 불공정한 수익배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물품 구매강요를 금지하는 조항 신설이다. 정 정책국장은 “이미 여러 개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안되고 있다”며 “공정위는 본사가 물류과정만 투명하게 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 같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를 명확히 불공정행위로 정하고 위반시 제재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구성 신고제도=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됐다. 하지만 문제는 단체를 구성해 협의를 요청해도, 본사가 응하지 않으면 아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 정책국장에 따르면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어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에서는 단체 구성원이 누구냐며 명단을 요구하고, 명단을 입수하면 단체에 가입한 점주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어 계약해지 등의 보복을 한다. 그러다보니 어렵게 구성된 점주 단체들이 본사와 대화할 기회가 없어, 거리로 나와 집회 등을 통해 본사와의 협상을 촉구한다는게 정 정책국장의 말이다.

◇공정위 권한 지자체 이양=공정위로 집중된 가맹사업 감독업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 정책국장은 프랜차이즈로 등록된 가맹점주는 23만명, 미등록 점주를 포함하면 30만명으로 추산한다. 공정위의 가맹사업 관련직원 8명이 전국의 가맹점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는 공정위 업무중 정보공개서등록업무와 갈등조정업무가 지자체로 이관이 돼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감독할 수 있는 조사청구권이 이양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 및 임원의 계약해지 사례

<자료=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계약갱신 요구권 10년 제한 삭제=그동안 어렵게 마련해둔 가맹점주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단 한 번에 무력화시키는 지점이 있다. 계약갱신 요구기간 10년제한 조항이다. 정 정책국장은 계약기간 10년이 지나는 시점에는 단체활동을 했던 사업자나 본사에 반대의견을 가졌던 사업자들, 소위 ‘찍힌 점주’들은 가차없이 계약을 해지당하고 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가맹사업법의 계약갱신 요구권 10년 제한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게 정 정책국장의 주장이다.

프랜차이즈산업 체질 개선 필요하다

“프랜차이즈산업은 원래 대기업이 하는 산업이 아닙니다” 정 정책구장은 우수한 기술이나 노하우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가졌으나 자본이 부족한 본사와, 소자본을 가진 점주가 결합해 윈윈(win-win)하는 구조로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는 산업이 프랜차이즈산업이라고 설명한다.

정 정책국장은 현 시기를 프랜차이즈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안정화시키는 전환점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산업이 건전하게 자리를 잡아가며 운영된다면, 사회안전망이 없는 자영업자를 보호해줄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프랜차이즈산업의 건전화와 공정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석회의는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 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참여한 구매협동조합을 통해 저렴하게 물품을 조달하고, 본사는 로열티 중심의 수익구조로 안정화되는 것이 이상적인 프랜차이즈산업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종열 정책국장은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이 아닌 가맹본사와 가맹점주들이 모두 성장하는 구조여야 향후 구매협동조합제도의 확산을 담보할 수 있다”며 구매협동조합이 프랜차이즈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