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미국과의 회담…대화로 만드는 내일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한국, 북한, 미국과의 회담…대화로 만드는 내일 대화와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것’이 긍정적 에너지 되길

기사입력2018-06-01 14:29

김태현 미술평론가 (elizabeth0711@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마지막 분단국인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림픽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조심스러운 회동들의 이면에는 평화를 바라는 다수의 열망과 이에 화답하는 각국 정상들의 의지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의지의 전개과정을 표피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각종 시사프로그램의 좌담자들이 말하길,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긴밀한 만남의 징후가 빈번히 포착됐다고 한다. 그 결과 올림픽 이후 빠르게 성사된 판문점에서의 역사적인 남북정상들간 하루 동안의 대화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신속한 대화를 위한 핫라인 구축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만남을 통해 협의를 이끌며 빠른 걸음으로 평화에 대한 모두의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분쟁의 주체인 북한과 미국은 향후 평화와 경제를 담보로 할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각자의 목표는 다를지라도 각국에서 평화라는 같은 곳을 순탄히 향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한 근간에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직접 정상들이 만나 상호간의 대화와 이해를 이끌어 내면 되는 것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이 열린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러한 정상들 간의 만남을 우리는 ‘회담(會談)’이라는 명칭으로 통용하고 있다. 대부분 각국 정상의 회담은, 만남 이전에 실무자들이 상세한 협의를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제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필히 진행되는 각종 ‘회담’이라는 정상들의 만남 행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도 한다.

이는 어떠한 측면에서는 요식행위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들의 만남현장이 단순한 서명을 넘어선 역사적 힘을 지니고 있기에 무게감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렇게 시작되었듯,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만남과 대화가 오늘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미디어 철학자인 빌렘 플루서에 의하면, 인간이 타인과 대화를 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정보가 타인의 정보와 합쳐 새로운 정보를 합성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순조로운 대화의 진행을 위해서 대화의 참가자들은 이전에 진행되었던 담론들을 수용하고 축적한 상태여야 한다. 그리고 대화에 참가한 이들은 축적된 정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빌렘 플루서는 이러한 대화의 방식과 다른 담론의 방식으로도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고 했다. 담론의 방식은 자연의 엔트로피적 작용으로부터 정보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정보를 분배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담론이 되기 이전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던 말들을 하나로 모아서 이론으로 창조해 내는 것이다. 나아가 담론의 성공을 위해 담론의 수신자들은 뒤이어 미래의 송신자가 되어 하나의 사상을 발전시키며 구축해야 한다. 담론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법은 학계뿐만이 아니라 뉴스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각국의 정상들은 ‘회담’과 같은 대화의 방식을 통해 각국의 의견을 대표하고 확정짓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대중들은 대부분 담론의 방식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또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매체가 발전해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같은 이슈가 생방송으로 대중에게 중계되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담론으로 이끌어내는데 매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이다. 정보의 실시간 공개는 이후 파생될 수 있는 실시간 목격자들을 다수 발생시켜 혼란스러운 대중의 입장들 중 오해들을 불식시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대화의 기법은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지히 ‘둘의 대화’ 53x37.5cm, oil on paper, 2014

◇대화와 소통의 미술=다양한 매체의 발전은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방안도 생성했다. SNS는 담론형 대화를 형성하며 방송과 전화기를 넘어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나 정보의 송신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 예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의 메신저는 대화형으로 이러한 개인과 개인의 의견을 즉시 메시지로 전달하며 각종 대화의 수량을 폭증시켰다. 우리는 정말 넘쳐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에도 반영돼 있다.

대화와 소통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지히(Jihi)의 작품은 이와 같은 세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히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감정과 동반되는 행위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는 캔버스 위에 입술과 눈의 형상 그리고 말들을 의미하는 색색의 점들을 통해 표현되는데, 대화의 시공간을 압축시켜 한 화면 위에 펼쳐 놓는 방식이다.

사실 작가는 수많은 재료의 실험을 거쳐 이러한 유희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작품의 표현방식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 드로잉으로 표현된 선들은 대화 이전 엔트로피처럼 존재하는 캔버스 위의 가능성들과 같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정리하듯 선들로 흰 화면이 정리되고 또 그들의 성격은 색들로 각각 표현된다. 화려한 색감과 선들은 어린 시절 하던 낙서도 연상시키며 어렵지 않게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지히 작가는 이외에도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SNS에 신작을 포스팅 하면, 관심이 있는 대중들은 그 아래 댓글을 통해 쉽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소통을 꾀한다. 이러한 작품활동은 몇 년 만의 전시회를 통해 신작을 선보이는 이전 세대의 활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도 하다. 또한 이 역시 작가의 작품활동 연장선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북한과 미국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렇게 멀찍이서 언쟁을 벌이던 그들이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한 자리에서 만나려 한다. 그리고 빌렘 플루서가 이야기 한 대화의 목표인 ‘새로운 것’이 그 회담 이후 등장할 것이다. 그 ‘새로운 것’이 누군가와의 대화와 소통의 결과로 새로운 미술을 창조한 지히의 작품과 같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