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무엇으로 잘라서, 어떻게 구워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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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고기를 무엇으로 잘라서, 어떻게 구워 먹었을까? 연(然) “개고기를 굽는다”는 의미…개(犬) 고기 즐겼던 중국 원시인

기사입력2018-06-04 13:19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오늘날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대개의 모임자리에서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고기 요리다. 하늘을 나는 것에서부터 바다 생선이나 육지의 온갖 동물들이 요리돼 식탁에 올라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사람들이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어울리는 자리에서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고기다. 오늘날 외식산업에서 고기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거리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들을 대충 훑어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고기를 이처럼 즐겨 먹게 된 것은 언제부터이며, 또 이렇듯 고기를 먹는게 인류 문화사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북경 주구점(周口店)에서 베이징원인의 유적이 발견됐다.<사진=문승용 박사>

사람의 모습을 한 인류가 지구에 태어난 시기는 대체로 600만년 전쯤이라 한다. 이후 약 400만년 동안은 인류가 온몸에 털이 덥수룩한 채 네발로 기어 다니며 살았으니, 다른 동물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다른 동물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류가 돌로 도구를 만들어 쓰던 구석기시대는 약 200만년 전부터 약 1만년 전까지이고, 이후 약 5000년 전까지를 신석기시대로 구분한다.

구석기시대는 돌을 깨 만든 ‘뗸석기(打製石器)’로 사냥이나 채집을 하고 불을 사용하던 시기였다. 그 이후 신석기시대에는 돌을 갈아 이전보다 세련된 ‘간석기(磨製石器)’를 쓰거나 흙을 얼추 빚어 토기로 사용했고, 불도 직접 만들어 사용했으며 초보적 수준의 목축과 농경도 시작됐다.

그러고보니까, 600만년 전 인류 탄생 이후 구석기시대 이전까지 약 400만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도구도 없이 사냥한 동물의 고깃덩이를 불에 익히지도 않고 그냥 뜯어먹었던 것이다. 별다른 도구없이 맨손으로 사냥을 하거나 날카로운 이빨도 없이 날고기를 뜯어먹었을 당시 인류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기도 하다.

구석기시대에 이르자 인류는 드디어 깨뜨린 돌멩이의 날카로운 쪽으로 고기를 썰어 불에 구워먹을 줄 알게 됐다. 그리고 신석기시대 이르러선 좀 더 정교하게 갈린 도구를 사용해 불에 군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아무런 도구도 없이 살았던 그 이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물론 오늘날 우리가 온갖 조리기구와 조미료를 이용해, 고기를 맛나게 요리해 먹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원시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과학문명을 이처럼 발전시켜 만물의 영장이라 으스대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석기시대 원시인류가 돌멩이 칼로 고기를 겨우 썰어 불에 구워먹는 모습은 그저 측은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겠다. 돌멩이를 깨뜨려 만든 뗀석기의 단점은 깨져서 날카로워진 돌멩이의 날뿐만 아니라, 손잡이 부분도 거칠어 때로는 자신의 손이 그것에 긁혀 피가 나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친 돌칼을 잡았던 손에 피가 나면 무엇엔가 문지르고, 때로는 그 상처가 알지도 못하는 병균에 감염돼 죽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처럼 어이없이 죽는 일을 인류가 약 199만년 동안 반복했다니, 인류의 진화가 이처럼 더뎠다는게 참으로 의아하기만 하다. ‘뗀석기’ 사용에 따라 불가피했던 위험은 ‘간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에 이르러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구석기시대 인류의 생활방식을 크게 바꾼 계기는 돌칼과 함께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다. 물론 처음부터 인류가 불을 직접 만들어 썼던 것은 아니었다.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마찰열이 일어나거나, 번개가 쳐서 우연히 생긴 불이 생활에 여러모로 쓸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대 중국의 신화에는 ‘부싯돌 사람’이라는 뜻의 수인씨(燧人氏)가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처음 만들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불은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고, 맹수를 쫓아내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가 하면 사냥한 고기를 구워 맛나게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하남성 상구(商丘), 불을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 수인씨(燧人氏).<사진=문승용 박사>

그뿐만 아니라 고단백질 고기는 두뇌의 진화·발전에도 큰 작용을 해, 약 10만년 전에서 5만년 사이에 인간의 사고·언어 기능도 급속하게 발달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인류가 살아가는데 불이 없어서는 안 되듯이, 인류문명 발전에 있어 불은 자연의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시대 인류는 어떤 종류의 고기를 먹었을까? 아마도 살아 움직이는 모든 동물을 잡아서 구워먹었다. 이스라엘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지금 지구에서 살아가는 큰 동물들 가운데 소나 말, 코끼리 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부릴 수 있는 것들만 남겨 놓고, 다른 동물들은 모두 사람이 잡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인류들도 사피엔스가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에, 지금 지구에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지혜롭다해서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것인데, 지혜로운 만큼이나 살기 위해서 이처럼 잔인할 줄도 아는 동물이 바로 우리 사피엔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재물보다 훨씬 많은 재물을 갖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해치기도 한다. 이 역시 인류가 진화·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연(自然)이란 단어에서 ‘그러하다’라는 뜻의 연(然)자를 쪼개서 풀어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고기 육(肉)’자의 의미로도 쓰이는 육달월(月)·개견(犬)·불화(灬=火)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본래 연(然)자는 “개고기를 굽는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자가 어째서 ‘그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시 인류가 개고기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개들은 인간의 가장 친한 동물이 돼 다른 동물들에 비해 참으로 호강한다 할 수 있지만, 원시시대 개들은 인류에게 가장 흔한 먹거리 고기로 애용됐던 것이다.

허긴 예나 지금이나 소는 농사나 이동수단으로 쓰고, 말은 전쟁시에 사용해야하는 만큼 절대 잡아먹어서는 안되는 동물이다. 그런데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개는, 사람이 손짓하며 오라고 하면 졸래졸래 아무런 의심없이 따르니 잡아먹기도 쉬웠으리라. 먹을 것을 줄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짓는 주인에게 신나게 멍멍 짖으며 달려갔다가, 어느 순간 잡아먹혀야 했을 그때 개들은 죽음을 맞으며 또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