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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권력은 가능할까?

가난한 사람들도 권력에 일상적으로 영향력 행사할 방법 찾아야 

기사입력2018-06-11 13:41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부산의 한 고시텔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6월7일,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 스물네살의 아기엄마는 “고시텔에서 아기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돌봤지만, 돈이 없어서 치료는 전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합니다. 아기는 심장이 좋지 않은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형편이 어려워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기엄마와 동갑인 아기아빠는 고시텔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숨진 아기를 검안한 의사는 아기가 굶어 죽은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고 합니다.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짧은 기사내용만으로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가난한 젊은 부모의 처참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젊은 아빠는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했을 것입니다. 밤이슬이라도 피할 수 있는 거처와 허기를 달랠 음식을 구하는데도 빠듯했을 수입만으론 아기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했겠지요. 

두달 전에 아기를 낳은 산모는 일주일 이용료가 한달 생활비와 맞먹었을 산후조리원은 쳐다보지도 못했겠지요. 삼칠일은커녕 단 며칠이라도 제대로 산후조리를 하지 못했을 아기엄마는, 심장이 좋지 않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요? 엄마젖도 제대로 빨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는 아기를 돌보며, 마사지 말고는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겠지요.

경찰은 아기 부모가 필요한 의료적 처치 등을 하지 않아 숨진 것이 아닌가 추정해, 이들 부부를 아동학대 치사(의료적 방임) 혐의로 특별수사대로 넘겼다고 합니다.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이 가난한 부모를 처벌할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치료가 절실한 아기를 고시텔에서 돌볼 수밖에 없게 방치한 우리 사회가, 젊은 부모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요즈음 거리는 파랗고 빨갛고 노란 빛깔로 화려합니다. 누가 더 큰 소리를 내나 경쟁하듯 틀어대는 선거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율동은 흥겹기만 합니다. 그들이 나눠주는 선거홍보물의 내용은 그들이 맞춰 입은 색색의 유니폼 빛깔만큼이나 밝은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랬듯이, 선거철마다 쏟아내는 후보들의 공약은 모두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소속정당이나 후보에 따라 정치적인 입장과 제시하는 해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살피고,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들이 없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한 목소리를 냅니다. 가난한 이들도, 여성도, 노인도, 아이도, 청년도 모두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우선적으로 지원하여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선거 때의 공약만 보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관없이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사회가 올 것만 같습니다.

짧은 선거기간 동안에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올 것 같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다음 선거까지 긴 기간동안 그전과 별다를게 없이 어려운 사람들은 여전히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은 여전히 억울한 생활이 이어져왔습니다. 짧은 희망과 기대 다음에는 긴 실망과 낙담이 반복되면서, 화려하고 떠들썩한 선거철조차도 냉소와 무관심으로 방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약속들 중에서 힘주어 강조했던 약속일수록 지키지 않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살피고,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들이 없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목청 높였던 약속들을 오히려 더 지키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힘이 없어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약속들이 뒤로 밀리고 외면당합니다. 위임받은 권력일지라도 권력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이 아닌가봅니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투표권마저도 없으면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기간에만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약들을 쏟아낼 뿐, 권력을 얻은 다음에는 외면하는 것일 테지요.<사진=뉴시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은 투표권이 아니더라도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투표권마저도 없으면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기간에만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약들을 쏟아낼 뿐, 권력을 얻은 다음에는 외면하는 것일 테지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선거권 말고는 권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가슴 아픈 사회면 기사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당이든, 노조나 시민단체,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대부분은 거의 모든 시간과 힘을 먹고사는데 소진해버리기 때문에 다른데 쓸 시간과 힘이 없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도 누구나 기본적인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권력에 의해서 가능하며, 힘없는 사람들은 선거기간에만 대우받을 뿐 선거가 끝나면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이 소외의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거운동원들이 입은 유니폼의 빛깔만큼 밝고 화려한 선거공약들을 보면서도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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