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인색한 韓, 연대보증폐지 민간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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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실패에 인색한 韓, 연대보증폐지 민간확대 필요 정부, ‘권고’가 아닌 ‘행정지도’로 정책의지 보여야

기사입력2018-06-15 09:51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실패를 딛고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연대보증제 폐지를 민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출기관 손실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보완책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국은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다”

파이낸셜뉴스가 14일 주최한 ‘강소기업 포럼’에서 한양대학교 한정화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지난 50년간 유례없이 활발했지만, 최근에 들어 쇠퇴했다. 정부가 노력했지만, 역동성을 상실했다. 재도전 생태계 구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패에 따른 비용이 크면 창업활동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한 교수는 “실패한 기업인이 재기를 준비하는 비율은 20%미만이다. 폐업시 평균부채는 8억8000만원, 세금체납액 평균은 44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료=한정화 교수>

재기지원, “각종 정책과 주무부처가 흩어져 있다”

영국은 2011년 파산법을 마련해 기업인 재기를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한정화 교수는 “영국의 경우 법적토대를 바탕으로 부실예방과 부실관리, 법적정리, 재기지원 등 체계적으로 파산을 관리한다”며 정부차원에서 법적 정리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재기지원시 이전사업 실패원인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정부가 재도전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노력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법적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재기지원이 통합돼 있지 않다. 각종 정책과 주무부처가 흩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자 연대보증 폐지를 민간금융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정화 교수는 “제도개선으로 기보·신보·중진공 등 정책금융기관의 창업자 연대보증은 거의 면제됐으나, 일반 시중은행 경우 연대보증이 여전이 남아있다”며 “연대보증 면제에 따른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와 도덕적 해이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연대보증 폐지를 ‘권고’가 아닌 ‘행정지도’ 차원에서 대응하는 정책의지를 보여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면제로 인해 발생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5년간 매입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8일 열린 ‘강소기업 포럼’에서 이병권 성장지원정책관공무원은 “기업을 위해 지원하려는 공무원을 인사고과에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등 방안을 통해 격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창업 활성화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하는 연대보증 폐지요구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실패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으로 창업을 포기해야 하고, 한번의 실패로 과도한 채무와 사회적 낙인으로 재도전이 어려워 창업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연대보증 폐지를 민간으로 확대하는데 신중한 자세을 보인다.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연대보증 폐지확대보다 대출기관 손실률 증가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관련통계를 축적하고 손실률 관리방안을 마련한 후에야 민간으로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신속한 재도전 보장’을 법률에 명시해야”

사업실패에 따른 과거 채무가 족쇄로 작용해 재기를 막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성실경영평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정화 교수는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성실 실패자의 재도전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신속한 재도전 보장’과 ‘신생기업과 동일한 지원 보장’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등급을 회복해도 과거 이력이 남아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정화 교수는 “신용을 회복해도 불량정보가 남는다. 회복정보가 불량정보가 돼버린다. 민간에서 정보가 돌기 때문에 현재로선 금융위도 관리하기 어렵다. 제도를 마련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한정화 교수>

“재도전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기업 자금순환을 위해 상시적으로 이용가능한 금융상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유희숙 회장은 “재기지원펀드 등 지원폭은 늘었으나, 실제 수혜기업은 적다. 융자는 신용등급, 투자는 매출에 따라 지원하기 때문이다. 재창업기업으로서는 조달가능한 자금이 없다보니 자금순환이 안된다. 금액이 큰 자금보다 유동적으로 활용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동열 원장도 “재도전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활용가능한 경영자금이 필요하다. 상당수 기업은 상당규모 자금지원보다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는 제도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창업·재창업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감사원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 이병권 성장지원정책관공무원은 “공무원의 적극성을 제고하기 위해 책임을 묻기보다 지원을 장려해야 한다는 요구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감사라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감사제도는 소극적으로 일하도록 조장해왔다. 감사관행을 바꿔야 한다. 기업을 위해 지원하려는 공무원을 인사고과에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등 방안을 통해 격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적극적 행정문화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3월 발표한 감사운영방향은 “재임기간동안 적극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는 감사현장에서부터 직권면책을 활성화해 공직자가 능동적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