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구조조정 방해…‘기촉법’ 이젠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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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선제적 구조조정 방해…‘기촉법’ 이젠 폐지해야 이달 말로 일몰만 5번째…친시장적 구조조정제 도입해야

기사입력2018-06-18 18:4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학영·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는 18일 ‘기촉법 일몰도래에 따른 친시장적 구조조정방식으로의 전환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달 말 일몰을 앞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두고 기한연장이나 상시 제도화가 아닌 예정대로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금호타이어 사례에서 보듯 관치금융주도 구조조정이 공적자금 낭비, 부실책임 규명 실패, 국책은행 동반부실, 적기 구조조정 실패 등의 폐단과 함께 자본시장의 성장까지 저해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학영·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가 18일 공동 주최한 ‘기촉법 일몰도래에 따른 친시장적 구조조정방식으로의 전환 모색’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은 은행과 자본시장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구조조정시 은행의 막강한 영향력을 적절히 통제해야만 비로소 자본시장의 목소리가 살아날 수 있고, 특히 채권은행주도의 재산실사가 전제된다면 자본시장이 기업구조조정에 참여할 유인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전성인 교수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관치금융주도 기업구조조정은 ‘기촉법’을 통한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체제로서 선제적 구조조정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또 국책은행을 매개로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민간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국책은행의 부실도 초래했다. 결국 민간자본 참여를 봉쇄한 정부주도 구조조정은 자본시장의 성장을 억제하는 부작용만을 키웠다.

외환위기 후 한시법 제정, 5번째 재입법·기한연장

이와같은 분석을 근거로 전성인 교수는 이달 30일 5번째 일몰을 앞둔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처음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그간 5회에 걸쳐 재입법 또는 기한연장 형태로 연명했다.

기업구조조정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없이 관행적으로 기촉법을 운용했다는 비판에 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가세했다. 최 의원은 인사말에서 “기촉법이 그간 신속한 구조조정 기능을 일부 수행하기는 했지만, 한시법으로서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법체계 운영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행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반복돼 왔다”며 “논란이 될 때마다 금융당국은 일몰 시점에 가까워서야 법정관리 절차의 문제점이나 시장에서 구조조정 기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관행적으로 기촉법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의원은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변화나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 신청건수의 현저한 감소, 법정관리 절차의 개선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융당국의 기업구조조정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장기적이고 깊이있는 고민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촉법’ 금융위·산은 영향력 유지 위한 명분만 제공

전 교수는 기촉법 하에서 담보채권자인 은행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려기보다는 현재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무담보 채권자인 사채권자는 구조조정 논의과정에서 배제됐다.

아울러 채권금융기관은 또다른 채권자(임금채권자)인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을 위한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채권자간 형평성을 침해했다. 기업의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수단으로 변질됐을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이 제공하는 공적자금은 부실기업 회생보다는 채권자 손실보전 용도로 변질됐다는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기촉법에 따라 산은·수은이 국민의 돈으로 구조조정을 자동으로 떠안음으로써 기업의 손실을 채권금융기관에 전가했다고 지적하고, 기촉법 유지는 금융위 및 산은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요란한 수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백주선 민생경제위원장(변호사)도 “지난해 3월 파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문을 열어 기업회생 관련전문성을 갖춘 만큼 기업도산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기촉법 폐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해당사자가 결정하는 친시장적 구조조정 도입해야

정부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으로 전 교수는 친시장적 구조조정 도입을 주장했다. 채권탕감·추가투자 등 기업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채권은행(채권단)이 기업 정상화 이후 회수 가능한 채권금액과 기업청산에 따른 실익을 비교해 채권단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경영자, 주주 역시 기업청산시 기업가치와 회생시 기업가치를 비교해 자율협약 수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조정체제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달 말 일몰을 앞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두고 기한연장이나 제도의 상시화가 아닌 예정대로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노동자들 또한 기업청산시 보장받을 수 있는 편익(임금, 퇴직금, 실업급여 등)과 채권단이 요구하는 임금삭감 등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기업정상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즉, 친시장적 구조조정체제 하에서는 기업청산이란 당면한 경영실패에 대해 대주주·주주·채권자 순으로 책임을 부담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다.

공적자금 투입비용과 사회적편익 계산해야

이와함께 전 교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기업의 도산은 막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며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의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자금의 낭비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양산업이 아닌 산업에서, 특정 기업의 실패는 더 효율적인 기업이나 새롭게 진입한 기업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키아가 몰락할 당시 핀란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사례처럼 선진국의 경우에는 제조업 기업도산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사례는 매우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피치 못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경우에도, 공적자금 투자비용과 사회적 편익에 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부가 기업청산 후 새롭게 생겨나는 기업에 출자하고, 새로운 기업은 청산기업의 자산과 고용을 승계하도록 한다. 또 새로운 기업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빠른 시기 안에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재편이 실시되도록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 방안이 있다. 이렇게 하면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평가와 책임소재가 분명해져 공적자금 투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