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내각·집권여당, 소득주도성장론 폐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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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정부내각·집권여당, 소득주도성장론 폐기했나? 문 대통령, 反소득주도성장론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보내야 한다

기사입력2018-06-28 18:4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우이길 바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게 아니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완성까진 아니어도 발판 정도는 최소한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흔들리는 징후가 연이어 나타난다. 무엇보다 그 발단이 청와대와 정부내각, 집권여당 모두에게서 비롯됐다는게 특히 우려스럽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있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실증자료로 제시했던 몇안되는 전문가,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났다. 그 자리를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윤종원 주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가 차지했다. 인선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경제정책 전문가’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홍 전 경제수석은 경제정책 비전문가였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 역시 낮았다는 얘기다. 이건 말 자체가 안된다. 그렇다고 홍 전 수석이 ‘혁신성장’을 모른다는 평가 역시 금시초문이다. 이 또한 교체사유로서 합당치 않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이 보유한 경륜과 능력과는 별개로, 홍 전 수석을 바꿔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교체시점도 최악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기재부와 청와대 경제팀 간 불화설이 나온 직후다. 각종 고용지표가 바닥을 치고, 소득주도성장을 국정기조로 한 정부에서 소득불평등지표마저 악화됐다는 통계가 발표된 직후였다. 홍 전 수석 교체에 대해 재벌편향 학자들과 보수언론 모두 문책성 경질로 규정했다. 이들이 이전보다 강하게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인사권자 대통령 자신이 제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오전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언론보도 내용은 말 그대로 해석일 뿐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론을 더하면, 대통령의 ‘조급증’이 드러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집을 짓기에 앞서, 땅 고르기 작업으로서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한지 이제 6개월여 지났을 뿐이다. 눈앞에 각종 경제지표가 1년전과 비교해, 눈에 뜨게 개선됐을 것이라고는 대통령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사정은 국민과 가계 그리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모두가 다르지 않다. 악화된 고용·소득불평등 지표에도 당장 월급이 확 오르고, 가계빚이 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납품단가를 대기업이 갑자기 인상해, 경영상태가 연내 호전되리라 기대했던 중소기업도 없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수탈적 거래구조가 여전해도, 가맹점주들은 아직까지 대통령을 신뢰한다. 오늘내일은 아니어도,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기간중 ‘공정경제’의 틀을 만들거란 희망이 있어서다. 소득주도성장의 토대를 세워 재벌대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소상공인, 국민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거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내내 한치 흔들림없이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신시켜 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소득성장기조와 배치되는 정책이 최근 잇따르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 일부가 이탈 움직임을 보인다.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저임금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 대부분을 까먹었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소득주도성장체제가 가동할 수 있는 가징 기본적인 토양이다. 10년이상 준비한 근로시간단축도 재계반대를 이유로 사실상 6개월 유예했다. 이마저도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장시간근로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게 기재부 입장이다.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반해 정부는 땅부자를 포함 부동산투기꾼의 탐욕에 면죄부를 줬다. 최근 공개된 종합부동산 세제개편방안은 ‘땀’이 아닌 ‘불로소득’을 통해 부를 축적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그러는 사이 갓물주의 끝모를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서촌의 한 임차인은 건물주를 폭행해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이 모든 反소득주도성장 정책들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정부내각과 집권여당 주도도 이뤄졌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펴기보다는 극우·보수 야당, 기득권층과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던 反소득주도성장 정책 어디에도 공정과 정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정부내각과 집권여당 내 反소득주도성장론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길 바란다. 보수·극우 야당의 발목잡기에 입법이 안된다는 핑계로 개혁과제를 후순위로 미루거나, 야합하는 행태를 질타해 주길 바란다. 나아가 대통령과 정부가 가진 행정입법권한을 적극 활용해 개혁과제를 보다 빨리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독려해 주길 바란다.

재벌대기업이 독점한 돈이 중소기업으로 내려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면,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맹본사의 폭리를 제한하는 거래관계를 제도화하면, 가맹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지 않는다. 건물주의 지대를 제한한다면, 편의점주는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 부동산보유에 따른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면, 노동자·가계의 주거부담을 덜어 가계부채를 갚아 갈 수 있다. 이런 게 희망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런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