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적 거래관계’ 보증계약…퇴사시 해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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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계속적 거래관계’ 보증계약…퇴사시 해지 가능 반드시 해지 통보해야 효력 발생…회사 임직원의 보증과 해지

기사입력2018-07-01 10:31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보증’이라는 단어는 예전처럼 많이 쓰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취업을 해도 누군가가 신원보증을 해야 했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연대보증인은 필수였다. 취직한 사위의 신원보증을 했다가, 사위가 회사에 끼친 손해를 대신 갚아준 장인의 이야기는 주변에 종종 있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연대보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이런 보증의 폐해가 누적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사회적 여러 노력이 있었다.

신원보증의 범위와 한계를 정해 준 ‘신원보증법’ 제정이나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그 예다. 그리고 보증보험 제도가 활성화 됐고, 금융권에서도 대출할 때 의례히 했던 연대보증인과의 계약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런 노력들이 쌓여 연대보증이 가져오는 문제점은 상당부분 없어지거나 희석됐다.

그런데 아직까지 회사의 임원들이 회사와 관련한 채무를 보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연대보증이 남아 있다. 특히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임원의 보증행위를 ‘계속적 보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계속적 거래라는 것은, 예를 들어 A회사와 B회사 간의 물품거래가 일회성 계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계약을 진행하는 이유는 개개의 거래마다 계약을 새로 하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이다. 계속적 거래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특정 시기가 되기 전에는 채권·채무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정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계속적 거래에 대해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이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계속적 연대보증을 한 직원이나 임원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자신이 얼마만큼의 금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는지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안하다. 특히 본인들이 회사를 퇴사한 경우에, 연대보증 계약은 어떻게 될 것인지,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은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우리 대법원은 일관되게 계속적 보증의 경우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존속시키는 것이 신의칙상 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증을 하게 된 경위, 주채무자와 보증인의 관계, 보증계약의 내용과 기간, 채무증가의 구체적 경과와 채무의 규모, 주채무자의 신뢰상실 여부와 그 정도, 보증인의 지위 변화, 채권자와 보증인의 이익상황, 주채무자의 자력에 관한 채권자나 보증인의 인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계속적 거래에 대해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이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계속적 보증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정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회사의 퇴직, 퇴사다.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이 회사의 채무에 대해 계속적 보증을 하는 경우는 정말 부득이 한 상황이다. 어느 누가 내가 빌리지도 않은 채무에 대해 보증을 하고 싶을까? 정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이 그 후 회사에서 나갔는데도 계속 연대보증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이 경우 우리 대법원은 연대보증인이 ‘일방적’으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1750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채무에 대해 보증을 한 임원이 퇴사를 했다고 당연히 보증계약이 해지되는 것이 아니다. 적법하게 계약해지라는 절차를 거쳐야, 보증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퇴사하기만 하면 무조건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퇴사로 인한 계약 해지 전에 주채무나 구상금채무가 확정된 경우에는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보증책임을 져야 한다. 이 보증계약의 해지에는 소급효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법리는 보증보험과 관련한 구상채무 보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채무불이행 등 보험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보험자에게 구상채권을 가진다. 이 구상채권에 대해 회사의 임·직원이 보증을 서는 경우가 있다.

이 구상채권, 채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가 될지도 예측할 수 없다. 보험사고가 발생할지, 발생하지 않을지도 불명확하다.

우리 대법원은 “보증보험계약에서 이행을 담보하는 주계약상의 채무가 확정되기 전에 구상채무의 보증인이 적법하게 보증계약을 해지하면 구체적인 보증채무가 발생하기 전에 보증계약관계가 종료된다”고 해, 이 구상채무에 보증을 한 경우에도 보증계약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보증계약을 해지한 이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채무가 확정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의 구상채무까지 확정되더라도 구상채무의 보증인은 그에 관하여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에서 얘기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계속적 거래관계에 대한 보증계약은 임직원의 퇴사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지가 가능하고, ▲이 보증계약의 해지는 일방적으로 가능하지만, 꼭 해지통보를 해야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