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라서 ‘더 아픈’ 진보 지식인들의 文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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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팩트’라서 ‘더 아픈’ 진보 지식인들의 文 비판 “다시 한번 사회경제개혁의 정도(正道)로 나아가기를…”

기사입력2018-07-18 18:13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적법성 판단 유보’, ‘별도합산 토지 종부세 현행 유지’, ‘임대차 상가계약갱신청구권 연장 개정안 국회계류’, ‘근로시간단축 위반에 따른 처벌조항 유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

사상초유 대통령 탄핵에 이어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여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18일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강원대학교 이병천 명예교수, 성균관대학교 김태동 명예교수, 가톨릭대학교 조돈문 교수, 홍익대학교 전성인 교수, 성공회대학교 유철규 교수 등 진보 지식인 323명이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네트워크는 재벌개혁, 노동권 강화,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 등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시대적 과제가 이행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 미적거려 ‘을간의 전쟁’ 부각

최저임금과 관련해 네트워크는 “발본적 재벌개혁과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키워줄 경제민주화 정책이 뒤따라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결합될 줄 알았다. 지금까지 겨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 ‘갑질’을 시정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를 방지할 정책에 손을 댔을 뿐이다.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은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네트워크는 이어 “재벌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시켜 ‘세 바퀴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부진과 일자리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었다”며 ‘을간의 전쟁’을 부추긴 정부의 갈지자 정책을 꼬집었다.

조삼모사 반복한 노동개혁

노동개혁은 추진과정에서 여기저기 샛길로 빠지기 일쑤였다. 네트워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는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고 다양한 예외를 두어 많은 비정규직을 온존시켰다. 본격적 과제인 민간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직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반감됐다.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연장근로 제한 정책도 ‘처벌 유예’니 ‘탄력근로 확대’니 하는 단서를 둬 당초 정책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땅부자·재벌 눈치 보느라 시늉만 낸 종부세 강화

종이호랑이라는 오명을 쓴 종부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재정개혁특위가 두달여의 논의 끝에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세수효과가 1조1000억원 밖에 안 되는 ‘찔끔 증세’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는 그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세수효과가 약 7400억원에 불과한 정부 개편안을 발표했다”며 “특히 주목되는 건 주택과 종합합산 토지의 종부세는 약간 강화하면서, 지불능력이 큰 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부과하는 별도합산 토지 종부세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민과 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 부자를 안심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개편안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불로소득 근절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재벌 봐주기 수수방관

“삼성그룹 핵심문제인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대안도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이라며 보험사 보유주식 기준을 변경하는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을 외면한 금융당국과 정부를 질타했다.

또한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는 경제관료의 재벌 봐주기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 봐주기 결정으로 논란이 심각한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과세와 관련해 치열하게 전개된 금융위원회 관료와 개혁적 국회의원 간 공방이 좋은 예”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 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질책했다.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의 각오를 새롭게 회복하고, 다시 한번 사회경제개혁의 정도(正道)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동반성장 경제생태계 조성,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과 노동권 보호 강화, 부동산공화국 해체, 지역재생 방안 마련, 반개혁적 인물 교체 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