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死後넉달만에 백골로 나타난 20대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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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원룸에, 死後넉달만에 백골로 나타난 20대청년 알바생과 편의점주·소상공인이 싸우면 이런 죽음을 멈출 수 없다

기사입력2018-07-19 12:4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7일 부산진구 한 원룸 화장실 바닥에서 죽은지 넉달이 된 20대청년이 백골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약 10개월간 월세를 내지 않은 이 청년에 대한 명도소송 이후, 강제집행과정에서 집행관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 옆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착화탄도 있었다. 경찰은 가족없이 혼자 살던 이 청년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세, 강제집행, 착화탄, 경제적 어려움... 백골로 우리 앞에 나타난 20대, 이 청년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이었을까. 부모 도움없이 20대 홀로 살아가기엔 모질고 혹독한 대한민국. 그 나이 또래 젊은이들은 자신의 조국을 ‘헬조선’이라 부르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고 절망한다.

내년 최저임금 10.9%인상 결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벌써부터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상공인을 대표한다는 법정단체,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도 집단행동까지 불사한다 했다. 극단적인 주장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저항은 아니다. 알바생보다 벌이가 못하다는 편의점주 주장도 일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자신들 주장이 관철된들, 살 방법을 만들수 있는가는 회의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판매이익에서 25~50% 수준의 가맹수수료, 가계임대료 수백만원, 전기요금 수십만원이상, 전기요금 수준내외 카드수수료, 손실 등 상품폐기에 따라 지출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외 자잘한 명목의 점포유지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남은 돈에서 알바생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해서 편의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130만원에 불과하다는게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주장이다. 편의점 알바보다 편의점주가 버는 돈이 적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다소 과장된 주장임을 감안해, 편의점주 수익을 200만원이라 가정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은 편의점주에게 51만(알바 3명기준)을 더 지출하라는 정부결정이다. 편의점주 200만원 수입을 150만원으로 줄이라는 요구다. 가맹수수료, 임대료, 전기요금이나 카드수수료는 편의점주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최저임금 인상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렇게 장사가 안되면 그만두라는 주장도 대책없는 막말에 가깝다. 알바생보다 못하다는 편의점주 수입은 능력 탓이라기보다 구조문제이기 때문이다.

설령 최저임금 10.9% 인상결정이 번복돼도 편의점주 삶은 그다지 나아질게 없다. 가맹본사는 매달 꼬박꼬박 25~50% 가맹수수료를 가져간다. 장사가 잘되면 잘될수록 가계임대료는 더 오른다. 편의점 거리제한 규제는 유명무실해져,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편의점 수익을 계속 떨어뜨린다.

이같은 구조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최저임금을 동결해봐야 무한경쟁 때문에라도 편의점은 망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주가 알바생보다 못한 자영업자로 전락한 이유는 과도한 임대료 때문에, 가맹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서다. 그러니 편주점주가 싸워야 대상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가맹본사 갑질이다. 건물주의 끝모를 탐욕이고, 이를 방치하면서 무한경쟁으로 몰아가는 정부정책이어야 한다.

소상공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골목식당이 사라지는건 대기업 프랜차이즈 탓이다. 동네서점이 망하고 과일점포가 문을 닫는 이유도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안방까지 배달해주는 대형마트가 독과점체제를 구축해서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고? 엄살은 아니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없이 지금처럼 대자본의 모든 걸 좌우하는 구조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 사망선고를 받은 시한부인생일 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이다(월 209시간기준). 이 돈으로 생계가 힘든건 알바생이나 편의점주나 같다. 연말이면 수천만원씩 성과급을 나누는 대기업, 밥그릇 싸움을 하려면 이들과 해야 한다. 이들의 성과급은 알바생이나 편의점주 1년 수입보다 많다. 알바생이나 편의점주·소상공인 모두, 서로의 밥그릇이 크니작니 하면서 싸울 일이 아니란 말이다.

부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20대청년,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월세도 밀리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막다른 선택을 한 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어이없는 죽음은 이제 멈춰야 한다. 알바생도 편의점주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된다. 알바생과 편의점주가 싸우면 이런 죽음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