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속도조절보다 개혁조치 가속화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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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최저임금 속도조절보다 개혁조치 가속화가 필요 최저임금이 아닌 개혁조치가 미진해 을과 을, 을과 병이 싸운다

기사입력2018-07-24 16:23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부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론’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득세하는 가장 유력한 근거는 2년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자릿수 이상이란 ‘사실’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사업자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이 줄었고, 정부의 경제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최승재 공동대표 등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벽돌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속도조절론은 전제부터 틀렸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은 올해대비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이다. 명목상으론 두자릿수 인상이지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김성희 교수에 따르면 실질인상률은 적게는 3.2%, 많이 잡아봐야 8.2%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서 인상효과가 반감됐다는게 김 교수 설명이다.

‘노동문제연구소’ 주장이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 이익이 감소한 노동자 19만7000명의 실질인상률은 2.2%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해를 거듭할수록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효과가 강해진다. 내년엔 상여금중 최저임금대비 25%초과분, 복리후생비중 7%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2024년에 이르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도 7.4%였다. 정부내 속도조절론자들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간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은 동일하다. 보수·진보 구분없이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었던 국민여론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을 찍든, ‘혁신성장’을 앞세우든 국민들 삶의 질이 나아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는 최저임금 현실화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지만, 최저임금 현실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명박근혜 성장’만이 반복될 뿐이다. 혁신의 내용이라곤 규제완화뿐인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묻는다. 부동산투기 조장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 가계부채 증대를 통한 껍데기뿐인 성장률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최저임금을 도마위에 올렸고, 논란거리로 만든게 누구인가. 갑을병 모두가 각기 다른 이유로 최저임금을 공격하도록 만든 당사자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자들이다. 영세사업자에게 최저임금을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정부에서 이들이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개혁조치다. 재벌개혁 속도를 가속화하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을 바로 제출하고 이행해야 한다. 수탈적 원하청구조를 협력적 상생구조로 바꾸고, 유통·가맹 분야 불공정거래를 근절해 영세사업자의 숨통을 터야만 한다. 그래야만 을과 을, 을과 병 간 최저임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임금·가계소득이 소득주도성장의 발판으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