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성공요건, 참여 소상공인 역량이 대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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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협업 성공요건, 참여 소상공인 역량이 대등해야 상호이익이 되고, 참여자를 구속하는 계약·자체 브랜드가 성공열쇠

기사입력2018-07-25 11:2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상공인이 영세성과 임대료,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경쟁력강화 방안으로 협업화가 강조된다. 시설 및 장비, 운영시스템, 브랜드 등을 공동으로 구축해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효과 또한 극대화할 수 있다. 협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참여주체간 대등한 역량보유와 상호이익, 구속력 있는 계약, 자체 브랜드 등이 제시된다.

IBK경제연구소 김나라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소상공인을 둘러싼 3대변화 및 대응사례’에서 “영세소상공인이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라며 “프랑스는 사업자협동조합 발원지로서 상업협동조합이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성공해서, 창업후 5년까지 평균생존율은 52.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기준 음식·숙박업의 5년생존율은 17.9%, 도소매업은 24.2%로 프랑스의 절반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해 협업경영이 가능해지면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도 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와 각종 기관이 협업지원을 확대한 결과 성공사례도 적지 않다.

협업을 통해 3D프린터 공동이용, 제품개발 가속화

디자인 제조전문 기업 환상공장은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환상공장은 노트에 꽂아 휴대할 수 있는 클립펜으로 IF와 Red dot,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를 석권했다. 클립펜 개발과정에서 시제품을 제작해야 했는데, 설비가 없어 외주를 맡기다보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자체설비 보유를 고민하던 중 서울시 협업화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모지스튜디오와 디자인방위대 등 홍익대학교 동문이 운영하는 기업들과 협업화 지원사업을 신청,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3D프린터기와 평판커팅기를 공동구매할 수 있었다.

자체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샘플제작에 속도가 붙었다. 제품 패키지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평판커팅기로 소량제작도 가능해져 주문제작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환상공장 외에도 반죽기와 발효종 기계·페이스트리 파이롤러·배송차량 등의 시설지원을 받은 델리명과, 냉동고 설치로 외부공장 출고에 따른 운송경비를 경감한 건어물 도매업체 해안초 등이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우수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이용시설·운영시스템 구축·브랜드 개발에 1년 최대 6억원 지원

올해로 8년차를 맞은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은 공동이용시설, 운영시스템 구축과 브랜드 개발 등 협업사업에 소요되는 사업비의 최대 90%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한해 지원금액은 첫해인 2011년 1억3220만원에서 시작해 올해는 6억원으로 지원금이 확대됐다.

2018년 2차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

<자료=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상호이익은 협력의 기본 전제, 이기심 억제할 계약도 필요

공동사업 성공 조건으로 참여주체간 상호이익, 구속력 있는 계약 등이 제시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소상공인 협업화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등한 역량을 가진 참여자들이 상호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거래를 해도 상호이익이 없다면 협력할 이유가 없다는 당연한 논리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가령 도자기 판매업체가 마케팅업체와 협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개발했다고 하자. 공동개발한 브랜드가 도자기 판매업체만 활용가능하다면 상호이익의 균형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자기업체는 브랜드 개발을 통해 홍보 및 판매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마케팅업체가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

서울시 협업화 지원사업 경우에도 참여업체간 투자와 수익배분 등이 수평적 협업 형태로 계약돼야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사람의 이기심을 제어할 장치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는 “상호이익이 존재해도 기회주의적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 수반되지 않으면 협력은 언제든 깨질 가능성이 있다. 구속력 있는 계약에서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경우 제재조치 실행이 가능하다”며 “강력한 감시자가 있는 경우에는 평판 저하로 생기는 손실을 두려워해 협력을 실행한다”고 설명한다. 이기심 억제를 위해 구속력 있는 계약과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OEM·외부상품 유통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개발해야

자체 브랜드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07년 발표한 ‘소상공인 공동사업 성공요인 분석 및 사례 보고서’는 공동사업 핵심키워드로 자체 브랜드를 꼽았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건 자체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하고, OEM방식으로 거래기업에 납품하거나, 외부브랜드 상품에 낮은 마진을 붙여 유통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동브랜드, PB상품을 개발해 지역적인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체 브랜드 개발은 10년도 더 된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이지만, 지금도 유효한 조언이다. 앞서 언급한 제과점 델리명과는 디어블랑제라는 협업브랜드를 개발해 대표 아이템으로 천연효모 발효빵을 내세웠다. 발효빵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증가하면서 공동브랜드 디어블랑제 역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디어블랑제에 참여한 20여개 협력업체는 협업사업 경험을 살려 협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