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민사·형사적 책임범위 넓은 분식회계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경영자의 민사·형사적 책임범위 넓은 분식회계 자본시장법의 면책사유를 증명해 빠져나가려 하나, 쉽지 않아

기사입력2018-07-26 10:13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주식회사에서 회사와 대표이사는 다른 인격을 갖는다. 회사라는 법인과 대표이사라는 자연인은 다른 사람이다.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에 대해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대로 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해 회사가 대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회사의 행위에 대해 대표이사가 민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분식회계’다. 필자가 보기에 분식회계라는 것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상당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승인받기 위한 경우도 있고, 회사의 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여 입찰·공모 등에 참여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회사의 규모가 큰 상장회사의 경우, 분식회계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분식회계가 이뤄지고, 외부에 공시되고 상장폐지 되는 과정을 예로 들어 본다.

먼저 회계처리기준에 위반해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나 이미 매출을 인식한 공사의 예정원가를 과소 산정해 공사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유동자산, 매출액, 당기순이익, 이익잉여금을 과대 계상하는 등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렇게 분식된 재무제표 등이 포함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을 금융위원회 및 한국거래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들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가 된다. 물론 회계감사 자료도 ‘적정 의견’으로 표시된다.

회사의 사정이 좋을 때는 이런 분식회계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주들이 공시자료만 믿고 주식을 거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급격하게 무너진다. 회사는 어느 순간 워크아웃, 회생신청 등이 진행 중이고, 회계감사에는 ‘의견 거절’이라는 문구가 기재된다. 한국거래소에서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매거래정지 결정을 하고,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식이 순식간에 휴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분식회계 이슈가 발생한 경우, 이에 관여한 대표이사 등 임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처벌받는다. 그리고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추가적으로 민사책임을 질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해당 회사의 주주가 분식회계 당시의 임원,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문제다.

분식회계 이슈가 발생한 경우, 이에 관여한 대표이사 등 임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처벌받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자본시장법 제162조에는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및 그 첨부서류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당시의 임원, 그 사업보고서 등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 회계법인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배상의무자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주식의 취득자가 그 취득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알았음을 증명하거나 또는 그 주식의 취득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위 허위표시 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자본시장법 제162조 1항 단서).

주주가 임원 등 분식회계와 관련이 있는 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청구를 당한 입장에서는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면책사유를 증명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상 면책이 쉽지는 않다. 우리 대법원은 면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후 그에 의하여 허위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07. 9.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업에서 한국거래소에 공시되는 서류를 제출할 때에는 “X기업의 대표이사로서 이 공시서류의 기재내용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다하여 직접 확인·검토한 결과, 중요한 기재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의 누락이나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없고, 이 공시서류에 표시된 기재 또는 표시사항을 이용하는 자의 중대한 오해를 유발하는 내용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보통 사내이사들은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의 승인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런 점 때문에, 대표이사와 이사가 자본시장법으로부터 면책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명목상의 대표이사, 임원이었다고 항변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인정된다.

분식회계가 일어난 경우, 경영자가 져야할 민사·형사적 책임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회사의 임원이 재무제표 등 회계 관련 서류를 승인할 때에는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