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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끝모를 탐욕마저 받아주겠다는 부총리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규제개혁’아닌 ‘공정경제’ 실현이 먼저 

기사입력2018-08-07 20:1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 몸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 덩어리로 생각을 하고 규제를 반드시,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

전 대통령 박근혜가 대통령 취임 1년을 보낸 직후, 2014년 4월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규제개혁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면서 한 발언이다.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혁신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을 속도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

취임 1년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여름휴가에서 복귀해 처음 소집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규제개혁 추진을 독려하는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은 거친 표현과 톤이 좀 다를뿐, 전하고픈 메시지는 동일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의 대명사였던 ‘대불공단 전봇대’까지 확장하면, 10년이상 대한민국 정부는 ‘규제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셈이다. 

수구와 개혁, 정권의 성격을 불문하고 규제와 싸워 얻자는 전리품도 외관상으론 동일하다.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기업·경제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함이다. 차이가 있다면, 규제개혁이란 이름으로 수구정권은 재벌대기업에 특혜를 제공한 반면, 개혁정권은 ‘소득주도성장’에 필요한 밑천을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규제논란을 문재인 정부가 종식시킬 방법은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재벌·대기업과 기득권세력의 탐욕을 근절할 방안이 없어서다. 이들이 노동권·환경권·주거권·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까지 규제란 딱지를 붙이고, 끊임없이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기업편향 수구정권도 차마 건들이지 못했던 공익보장을 위한 안전장치를 제외한다면, ‘암덩어리’ 수준의 규제란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가 작동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겠다. 이런 수준의 규제, 당사자 외에는 체감하지 못해서 또는 규제목적이 달성됐음에도 여전히 실재하는 규제는 해당부처가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굳이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개혁이 ‘혁신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이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독려할 일은 아니란 말이다. 해서 정부수반인 대통령은 해당부처에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할 시스템을 갖추라고 지시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했다.  

최근 대통령이 부쩍 규제개혁을 독려하자,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우려되는 부분은 재계의 탐욕을 ‘혁신경제’로 포장해 무분별하게 수용하려는 일부 관료의 행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과는 무관하게 ‘공정경제’는 정책 후순위로 밀렸다. 나아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재벌대기업 주도 성장론을 복권시키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간담회를 마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배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가격결정권을 기업에게 달라고 김동연 부총리에게 요청했다.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R&D비용 세액공제, 바이오의약품 원료물질 수입·통관 절차 개선 등의 민원도 넣었다.  

약가결정권 주체를 변경하라는 삼성의 요구는 국내 건강보험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 사이의 협상으로 이뤄지는 약가결정권 구조를 삼성은 규제로 딱지 붙였다. 약가의 적정성 확보와 국민의 의료비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합리적인 규제마저 거추장스럽다는게 삼성의 생각이다. 결국 삼성의 청탁은 약값을 자신이 정하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과도한 탐욕은 질책과 배척의 대상이지, 규제개혁이란 명분으로 검토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간담회 직후 김 부총리는 “상당히 구체적인 건의와 애로사항 전달이 있어, 일부는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일부는 좀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해결해주고, 어느 부분을 검토하겠다는건지는 확인되진 않았다. 그렇더라도 분명히 확인된건 문재인 정부 경제수장인 부총리가 삼성의 궤변을 문제의식없이 듣고만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어떤 회사인가? 모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분식을 통해 장부가 2905억원인 자산을 시장가 4조8806억원으로 16배이상 뻥튀기한 회사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금융위원회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이같은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가 복제약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억지주장에 부총리는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다. R&D비용을 세액공제해 달라는 삼성의 몰염치에 대해 분식회계 범죄를 반성하고 자제하란 말도 하지 않았다.

어렵게 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혁신성장이라면서 ‘혁신’은 치장에 불과하고, ‘성장’에 목을 매는 관료들에게 경고하지 않은 탓이다. 설사 성장에 혁신이 더해진들, 재벌대기업 독과점구조를 깨지 못하면 성장의 과실은 온전히 재벌대기업 몫이 될 뿐이다. 원하청간 이윤분배구조를 바로 잡지 못하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기업·가계 간 양극화, 계층간 양극화만 가속화 될 뿐이다. 한국경제에 지금 당장 필요한건 ‘규제개혁’이 아니고 ‘공정경제’ 실현이다. 시장에서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만, 혁신성장의 결과물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이어야 할 성장이 목적이 된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촛불정권이 다를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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