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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지키면, 차량정비시간 늘어나고 요금만 올라

“국토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법을 근거로 얘기하니 답답하다” 

기사입력2018-08-08 20:05

정부가 경직된 행정으로 골목상권업종인 자동차정비업계를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월 자동차정비업계 종사자 1만5000여명은 여의도공원에 모여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전체 회원 1만8000명중 80%이상이 집회에서 참석한 사실을 보더라도 자동차정비업계가 체감하는 위기감을 알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윤육현 회장은 현장상황을 모르는 국토교통부가 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법을 고칠 의지조차 없다며 전문정비업계 애로사항을 전했다.

 

카포스가 지난 6월 결의대회에 앞서 카포스 애로사항을 담은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 안내’ 보고서를 국토부, 환경부, 중기부 등 정부부처와 청와대, 국회 등에 제출했으나 그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국토부는 현장을 전혀 모른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은 자동차종합정비업·소형자동차종합정비업·자동차전문정비업·원동기전문정비업 등으로 세분화되고, 동법 시행규칙에 따라 업종별 가능한 작업범위가 제한된다. 카포스는 자동차전문정비업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윤육현 회장이 국토교통부를 질타하는 이유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정한 전문정비업 작업범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언더바디 코팅’ 작업을 얘기할 때는 실소를 연발했다. 언더코팅은 부식·소음방지를 위해 차량 아래쪽을 코팅하는 작업으로 1년에 약 30만대가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그러나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언더코팅은 전문정비업이 할 수 없는 도장작업에 해당한다. 도장은 표면에 칠을 덧대는 작업이다. 분진이 날리는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어 도장부스를 갖춘 종합전문정비업체만 작업가능하다. 전문정비업체가 언더코팅작업을 하다 적발되면 한달 영업정지처분을 받는다. 실제 여러 업체가 지자체 단속에 걸러 행정처분을 받았다는게 윤 회장 말이다. 

 

위 사진은 리프트로 차량을 올려 언더코팅 작업을 하는 장면. 아래는 종합정비업계가 언더코팅 작업시 사용하는 삼각대. <사진=카포스>

 

윤 회장에 따르면 법규정상 언더코팅이 허용되는 종합정비업체중 실제 코팅작업을 할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윤 회장은 “언더코팅은 말 그대로 차량 아래쪽을 코팅하는 작업이다. 당연히 차량 밑에서 작업해야 한다”며 “차를 들어올리는 리프트가 필수장비인데, 도장부스 안에 리스트를 설치한 종합정비업체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최대 높이 44cm 삼각대로는 언더코팅 불가능하다”

 

윤 회장은 이어 “삼각대로 차량을 지탱하고, 그 밑에 들어가서 작업할 수 있다”는 종합정비업체와 국토부의 주장을 소개하고, “최대 높이가 44cm에 불과한 삼각대를 갖고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언더코팅은 관련부품을 떼어내는 작업도 수반하기 때문에 비좁은 공간에서는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 21세기 자동차 강국에서 삼각대로 차량을 올려 언더코팅을 한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또 “실제로 종합정비업체는 언더코팅작업을 하지 않는다. 언더코팅할 시간이면 본래 종합정비에 걸맞은 판금과 도장 등 다른 일을 하는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라며 “언더코팅작업을 할 수 없음에도 ‘계륵’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전문정비업체의 언더코팅작업은 현행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단속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언더코팅은 도장작업에 속하므로 전문정비가 아닌 종합정비업계 업무영역이며, 리프트는 아니지만 종합정비업체가 삼각대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언더코팅은 표면을 세척, 연마, 마스킹, 도장 후 광내기 작업 등을 하는 도장과 달리 타르 또는 왁스를 주성분으로 하는 코팅제를 뿌리는 작업이다. 또 삼각대를 이용해 언더코팅을 한다는 국토부 설명은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답변이다. 종합정비업체 편에서 하는 변명에 가깝다”며 “전문정비인은 단속에 걸려 영업정지를 당하면 생계가 막막하다. 국토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법을 근거로 얘기하니 답답하다. 제도개선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업허용범위, 엔진 ‘밑에서 엔진 ‘부근’으로 바꿔야 ”

 

법과 현실간 괴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육현 회장은 “현행법은 엔진 탈·부착 작업을 금지하면서, 엔진 ‘밑’에 있는 장치를 정비하기 위해 탈·부착하는 행위는 예외로 허용한다. 그런데 요즘 차들은 엔진 ‘위’에 각종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정비관련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정비인들에게 엔진 내리고 올리는 작업은 일도 아니다. 작업허용범위를 엔진 ‘부근’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중기이코노미

 

법을 지키면 작업시간 길어지고, 정비요금만 올라

 

일부 차종은 ‘실린더 헤드’가 엔진 위에 있어, 법에 따르면 전문정비업체 작업범위에 해당함에도 작업을 하지 못한다. 또 국내 1톤 차량은 엔진을 탈·부착하지 않고 작업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작업시간이 길어진다. 작업자 입장에선 정비하기도 불편하고, 소비자는 길어진 시간만큼 정비요금이 올라 피해를 입는다. 

 

좌측 녹색부분은 휠 실린더, 오른쪽 원통 형태 부분은 챔버. 휠 실린더를 교체하려면 챔버를 탈거해야 한다. <사진=카포스>

 

“‘와이셔츠를 벗되, 목에 맨 넥타이는 만지지 말라는 것”

 

전문정비업 작업제한범위에는 ‘브레이크 챔버 탈·부착’도 포함된다. 요즘 출시된 차량은 작업이 허용되는 ‘휠 실린더’와 ‘브레이크 챔버’가 결합돼 있다. ‘브레이크 챔버 탈·부착’ 작업 없이는 ‘휠 실린더 교체’가 불가능하다. 

 

윤 회장은 “요즘은 모든 차량이 모듈화돼 있다. 즉, 개별 단품들이 차체에 직접 장착되지 않고 관련부품들이 연결되는 가운데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브레이크 챔버와 휠 실린더도 마찬가지로 결합돼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계작업을 허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육현 회장은 이어 “국토교통부 행정처리 논리는 ‘와이셔츠를 벗되, 목에 맨 넥타이는 만지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정비업 작업범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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