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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재벌기업과 ‘악마의 거래’ 그만두시라!

삼성 투자와 약값 인상 거래(?), 정부는 무슨 짓을 한 건가? 

기사입력2018-08-10 17:2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토사구팽이라던가? 점점 더 친기업화로 쏠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서, 처음 몇번은 왜 이런가 의아해했다. 반복된 재벌친화적 정책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가재는 게 편’이란 자조섞인 한숨만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과 기획재정부 간 갈등설이 있고, 경제관료들의 집단 항명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찌됐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줄기인 ‘소득주도성장론’이 위기를 맞은건 분명해 보인다. 국민경제 밑바닥은 초죽음 상태가 됐는데,  대기업이 일자리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처방도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

김동연 부총리와 삼성 이재용 부회장 간 첫 회동은 계획이 알려진 직후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문재인 정부 경제수장이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단 얘기가 나왔다. 자칫 기업 팔목을 비틀어 일자리를 구걸한다는 오해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만남일 뿐이라는 해명과 함께 양자간 만남은 성사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간담회와 오찬을 차례로 가진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송을 받으며 고개 숙여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은 준비해 놓고 있었다는 듯이 투자보따리를 풀었다. 김동연 부총리와 만남이 있은지 하루 만에 삼성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3년동안 4대 미래산업에 130조를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당장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난리가 났다. 삼성이 우리경제의 구세주인양 찬가를 쏟아내길 벌써 며칠째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도 판을 친다. 비관론이 하루아침에 낙관론으로 바뀌었다. 물론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결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는게 경제상식이다. 투자계획 발표를 이끌어낸 이면을 알고나면, 박수보다 오히려 정부가 원망스럽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 만남에서, 삼성은 바이오산업 관련규제 완화와 평택공장 전력확보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 약값 상한선을 풀어달라는 민원은 환자의 약값 부담을 키우는 것이고, 우리 건강보험체계 자체를 흔드는 위험한 사안이다. 분식회계로 고발당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해 삼성이 이런 요구를 했다는 자체가 민심은 아랑곳없는 후안무치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몰염치가 극에 달한 이들에게 원가이하 전기를 공급하는 지금, 폭염에도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는 국민들을 보자면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 

규제완화를 꺼내들고 기업 달래기에 나선 정부. 투자와 일자리를 가지고 정부에 손 내미는 기업. 이런 모습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숱하게 반복됐던 일이다. 그렇게 했어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고 국민들의 삶은 더 척박해졌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에게 국민의 삶을 내맡긴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약값 제한을 풀어주고, 값싼 전기를 공급해 달라고? 그러면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그렇게 요구하는 기업이나 그런 요구에 혹하는 정부나 뻔뻔하고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소득주도성장론은 틀리지 않았다. 기업의 불법·탈법을 눈감고, 기업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국민들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지금 정부의 모습은 병이 깊다고 선무당 불러 재산팔아 푸닥거리 하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재벌기업과 악마의 거래를 그만두시라. 차라리 그 시간에 중소기업의 고충을 듣고,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에서 가맹점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게 정부의 할 일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최저임금 인상 논란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이제는 기업만 쳐다보고 경제를 살리겠다니. ‘이러려고 촛불들었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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