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 애매한데 퇴직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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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 애매한데 퇴직금은 미용업 등 분쟁 빈발…“관련 협회가 현황 파악하고 해결책 도출해야”

기사입력2018-08-26 15:01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필자도 사업자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직원들의 퇴직금이다. 직원의 급여가 올라갈수록,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주의 퇴직금 부담은 커져간다.

물론 퇴직연금을 가입하면, 일시불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부담이 한결 적어지기는 한다. 그런데 사업초기부터 전 직원에 대해 퇴직연금을 가입한 것이 아닌 한, 사업 도중에 새로 퇴직연금을 가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사업초기에는 퇴직연금을 불입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에, 선뜻 가입이 어렵다.

사업이 잘되고, 회사에 돈이 넘쳐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에 ‘퇴직금 포기 약정’을 삽입하거나, ‘퇴직금의 액수를 제한하는 조항’을 넣기도 하고, ‘퇴직금을 월 급여에 포함해서 지급’하는 약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항은 모두 무효다. 법에 규정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좀 애매한 업종이 있다. 프리랜서와 근로자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이른바 뷰티산업이라고 부르는 산업 군에 속하는 업종이다.

예를 들어 미용사 혹은 피부미용사의 경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자신들이 관리하는 손님에 대해 수당을 받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고객을 가지게 된다. 보통 이 시점에서 고용주와 별도의 수익 분배약정을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의 고객이 확보되면, 독립해 자신의 매장을 차리기도 하고, 자신들의 고객을 가지고 다른 업장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이 분들이 단지 근로자인지 아니면 프리랜서 사업자인지가 좀 애매하다. 사업주가 운영하는 가게에 속해 있으면서, 별도의 고객을 가지고,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을 과연 근로자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다.

그리고 내가 경영하는 업장에 이런 프리랜서 미용사 등이 이직해 왔을 때, 근로자로 보아 퇴사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동업자나 별도의 사업자로 취급을 해야 하는지가 항상 문제돼 왔다.

법원이 프리랜서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를 판단한 기준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①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수준의 지휘, 감독을 하였는지 ②근무시간, 휴일 등이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정해지는지 아니면 협의로 정해지는지 ③해당 근로자의 업무를 제3자에게 대체시킬 수 있는지 ④업무에 사용하는 장비, 재료 등은 누가 구입해서 사용하는지 ⑤사업자 등록여부, 사업소득세 납부 여부 ⑥매출에 대한 수익구조 등이다.

미용사 업종에서 퇴직금 분쟁이 발생, 대부분의 경우 미용사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에스테틱, 마사지, 두피관리, 피부관리 샵 등에서도 거의 유사한 퇴직금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런 법원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업무협약서, 동업계약서 작성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최근에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매출액에 비례해 수당을 받던 미용사가 퇴직하면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법원은 이른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의 경우에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문제는 주로 미용사 업종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미용사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비슷한 형태의 근로관계를 맺는 경우에는 이미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에스테틱, 마사지, 두피관리, 피부관리 샵 등에서는 거의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퇴직금 분쟁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근로자와 사업주의 관계가 좋아도, 서로의 관계를 끝낼 시점에는 항상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사업주들은 “그 친구가 제게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애매한 것을 그대로 둔 사업주의 책임이다. 이런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을 보아 왔지만, 나의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업종을 관장하는 각종 ‘협회’ 등이 홍보·교육을 제대로 못한 책임도 있다. 이 문제는 수년 간 업계의 이슈가 돼 왔음에도 아직까지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소속 직원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근로자처럼 취급하면서, 퇴직금에 있어서만은 그를 프리랜서로 취급해 달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반면에 진정한 프리랜서로 근무했던 직원이 퇴사시에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달라는 것도 부당하다. 근로자로 일했으면 근로자로 대우를 받으면 되고, 프리랜서로 일했으면 프리랜서로 대우를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 애매한 부분이 가급적 없도록 업장의 인적 구성, 사업진행 방식 등을 정비해야 한다. 아직 확립된 대법원 판결은 없다. 그리고 하급심 법원도 확립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에 판결에서 제시된 기준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업계의 현황에 대해 잘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출해 내야 한다. 업장 하나 하나를 컨설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현황 자료·통계를 수집하고 전체적인 큰 틀을 만드는 것은 해당 업종의 협회 및 각종 단체의 몫이다.

해당 업종의 협회는 프리랜서 직원의 대우 및 사업장 관리 등에 대한 교육·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해, 외부용역을 주고 결과를 도출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후 소속 회원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단지 회비만 받는 협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곳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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