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주휴수당 포함 논란…A부터 Z까지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포함 논란…A부터 Z까지 ①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위반’ vs 대법원 ‘최저임금법 위반 아냐’

기사입력2018-08-28 08:44

이동철 객원/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주급 또는 월급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주급액 또는 월급액을 해당기간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주휴근로시간’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누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법원은 월급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월급액을 ‘소정근로시간’만으로 나누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18.06.19. 선고 2014다 44673).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개정령안 방식과 달리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주휴근로시간’을 고려하지 말라는 얘기다. 포괄임금제 적용 근로자가 자신의 월급액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주장과 함께 차액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시간급을 계산한 방식이다.

월급액을 시급으로 환산하는 방식, 고용노동부와 대법원 정면 충돌

보기 쉽지 않은 사건이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놓고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이 정면 충돌했다.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시급을 계산하라는 대법원 판결은 고용노동부의 개정령안 입법예고, 약 두달 전인 6월19일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그대로 반복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놓고 반기를 든 셈이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최초로 명시한 2007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7.1.11.선고, 2006다64245) 이후,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는 ‘소정근로시간’만으로 계산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령안 입법예고 이전에도, 대법원 판례와 달리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주휴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을 더해서 계산하는 행정해석을 유지했다(고용노동부 2009.12.8. 근로기준과-5970, 고용노동부 2007.11.26. 임금근로시간 정책팀-3468, 2014.12. 일부 보완). 이번 개정령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던 기존 행정해석 내용을 시행령에 명시해 강행규정화 함으로써 대법원 판례를 노골적으로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판례로 계산한 시급, 대부분 시행령에 따른 시급보다 높다

대법원 판례와 개정령안 간 시급 산정방법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월정액 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노동부 방식(개정령안)으로 계산한 시급은 대법원판례에 따른 시급보다 금액이 낮아진다. 노동부 방식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대법원판례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실제 임금지급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내년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은 8350원이고, 월급액은 174만5150원이다.

A사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없이 월~금요일 5일간 8시간씩 1주 40시간(소정근로시간)제를 운용하면서, 월정액 174만5150원을 근로자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근로자 甲은 자신의 월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주장하며, 최저임금액과 월급 간의 차액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법원은 근로자 甲이 받은 월급액을 시간급으로 환산하기 위한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사용한다. 소정근로시간이란 노동관계법에 정한 근로시간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하기로 약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1일 8시간씩 1주 5일 근로를 약정했다면 1주 소정근로시간은 40시간(5일×8시간), 1개월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40시간×4.34주)이다.

법원은 월급액 174만5150원을 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나눈 1만29원을 시간급으로 확정(비교대상임금액)한다. 최근 언론에서 내년도 시간급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렇게 계산한 비교대상임금액을 최저임금액과 비교해 최저임금 위반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산정한 근로자 甲의 시급(1만29원)은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시급(8350원)보다 1679원 많다. A사는 당연히 최저임금 위반 혐의에서 벗어난다.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월급을 지급했을 뿐인데, 법정 최저임금을 초과했다

A사는 근로자 甲에게 노동부장관이 고시에서 정한 월급(174만5150원)을 지급했을 뿐이다. 그런데 법원은 근로자 甲의 시급이 최저임금액(8350원)보다 1670원이 많은 1만29원이라고 판단했다.원청업체 갑질로 경영사정도 나쁜데, 근로자 甲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해 A사는 화가 났다. A사는 법원판결을 근거로 근로자 甲의 임금을 깎기로 했다. 법적으로 허용돼야 하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