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 CSR 차원 아닌 대기업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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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스타트업 지원, CSR 차원 아닌 대기업 생존전략 스타트업, 아이템에 대한 투자담당자 비판 무조건 수용해선 안돼

기사입력2018-08-23 19:04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업이 분화(分化)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은 모든 사업을 스스로 진행해 수익을 올렸지만, 급변하는 산업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개별 사업에 특화된 스타트업과 협업을 늘리는 이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이뤄지던 스타트업 지원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상생안으로 떠오른다.

한편, 스타트업이 대기업 투자담당자를 너무 믿는 탓에 실수를 저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담당자의 비판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계약을 진행할 때 서면작성을 잊지 말라는 조언이 따른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스타트업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한화 드림플러스 강범두 매니저는 “예전에 대기업은 특정산업분야에 A부터Z까지 모든 체인을 장악했다. 그러나 기술수명이 짧아지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사업 성장과 유지가 어려워졌다. 스타트업과 연결을 통해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환경을 구축하는게 드림플러스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선택사항에서 생존전략으로 전환

강 매니저는 이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기회를 얻기 위한 영리적 성격도 갖는다. 대기업에서 영리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야 진정성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지원은 대기업으로서도 자원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스타트업 글로벌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은 상호이익을 가져다준다는게 강범두 매니저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으로부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한편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투자유치와 해외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혁신전략이다.

드림플러스는 스타트업에게 입주공간을 제공한다. 63빌딩 4층에 자리한 드림플러스 63 핀테크센터는 약 900평 규모로, 심사를 거쳐 선정한 스타트업에게 6개월간, 개별 입주공간과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주로 금융분야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드림플러스 강남은 보다 폭넓은 지원을 제공한다. 2500명이상 수용가능한 드림플러스 강남에는 벤처캐피탈과 엑셀러레이터, 특허법인과 법무법인뿐 아니라 드림플러스와 협업관계에 있는 현대차와 이랜드, GS칼텍스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도 입주해있다. 강범두 매니저는 “네트워크 시너지 효과를 통해 지원성과를 극대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한화 드림플러스>

드림플러스 ‘글로벌 익스팬션’, 해외진출 진정성 우선고려

드림플러스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해외진출까지 지원한다. 강범두 매니저는 “2014년부터 ‘글로벌 익스팬션’이라는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드림플러스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중국, 베트남에서 현지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 2~3회 선발하며 기수당 3개월간 지원한다. 지원기간 이후에는 성과를 판단해 지분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며 “해외사업 현지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한다. 지원대상에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해외진출의지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 스타트업이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염두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면, 단순히 시장조사를 하거나 해외반응이 궁금해서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실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을 우선적으로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진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강 매니저는 “스타트업이 해외현지에서 파트너를 만나려면 자체적인 힘만으로 부족하다. 드림플러스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팅까지 연결해주는 이유다. 가령 중국의 경우 텐센트, 알리바바 등 유명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미팅이후 사업의 실제 진행여부는 스타트업에 달렸지만, 최소한 파트너를 연결해주고 협상과정에서도 도움을 줌으로써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투자담당자 맹신은 금물

대기업 투자담당자를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롯데 엑셀러레이터 이종훈 본부장은 “스타트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대기업측 담당자에 대한 과도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스타트업 아이템에 대한 담당자 반대의견에 휘둘리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사실 담당자도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내밀히 알지 못한다. 지적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진행해야 한다. 담당자 말만 믿고 구두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사교체로 새로운 담당자가 오면 계약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