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본질 외면하고 해법 잘못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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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상공인연합회, 본질 외면하고 해법 잘못 짚었다 소상공인 생존권이 위태해진 근본적인 원인 먼저 생각해야

기사입력2018-08-29 11:5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폭우 탓인지 지하철 승강장 외부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섰다. 입구에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는 안내 팻말이 세워져있다. 불편했지만, ‘제대로’ 고치겠다는 약속이 믿음직스럽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연일 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급기야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한 놈만 패는 진면목을 보이겠다”고 까지 했다. 민생1호 법안인, 소상공인과 직결된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유일하게 가로막고 있는 그 자유한국당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소득격차로 인한 것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이다. 외환위기 시절 77% 수준에서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도 심각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대로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은 한 달, 두 달, 혹은 일 년 만에 만들어 진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하청 관계에서 당연하듯 자행됐던 단가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 이익률이 대기업의 1/3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불공정거래는 ‘갑질’이라는 표현으로 하나의 문화가 됐다. 가맹점도 대리점도 본사들이 공통의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듯 밑단의 사업자들을 쥐어짠다.

1996년 유통시장 전면개방 후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2000년대 중반 백화점 증가, 2010년대 중반 프리미엄 아웃렛과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점포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소상공인, 골목상권은 초토화 됐다. 임대료를 50%, 100% 올려 소상공인이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실 앞에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무용지물이다.

오늘날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태해진 원인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너무나 오랜 기간 견고하게 쌓아올려진 불공정경제의 성이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반발이 거센 것도 그 성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다. 공정경제를 제대로 세우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많은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29일 연다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등화’,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 추천권 부여’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최저임금 불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설립된 이후 기자가 알기로는 가장 큰 규모의 분노다. 그러나 해법을 잘못 짚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고 지적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이다. 대기업·자본가의 갑질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또 다른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뒤에서 웃고 있을 대기업·자본가·보수언론·보수야당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소상공인의 모아진 힘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돼야 한다. 그래야 생업을 접고 참여한 소상공인들의 살림이 장기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 우리사회의 불공정 구조가 너무 견고해,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