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간, 동일기업 투자한도, 후행투자 제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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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투자기간, 동일기업 투자한도, 후행투자 제한 폐지 “벤처투자 규제 없애 글로벌 환경 조성”…한국벤처투자㈜ 주형철 대표

기사입력2018-09-04 09:4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벤처투자㈜ 주형철 대표이사<사진=한국벤처투자>

상장이전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한국은 그 수가 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벤처투자㈜ 주형철 대표가 중국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기준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164개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감안해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주형철 대표는 “세계적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성장단계별로 ‘과감한’ 벤처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8년 창립한 숙박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인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소개했다. 에어비앤비는 초기부터 성장의 마지막 단계까지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지속적인 투자로, 3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콰이어 캐피털은 에어비앤비의 SEED단계부터 시리즈 A~F단계까지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경영파트너로서 에어비앤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수익을 확대하는 동반성장을 이룬 것이다.

대규모 후속투자 어려운 한국에서 ‘유니콘’ 탄생 한계

주 대표는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발굴투자와 이어지는 후속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성과 위주의 국내 시장관행 때문에 후속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 탄생이 어렵다고 말한다. 또, 한국은 소규모 펀드 위주로 조성돼 있어 대규모 후속투자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2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창업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적은 규모입니다. 미국의 벤처투자 금액이 GDP 대비 0.36%, 이스라엘은 0.38%이지만 한국은 0.13%에 불과합니다. GDP 대비 비율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창업투자 규모가 연간 10조원 규모는 돼야 투자생태계가 커지고 선진화될 수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주 대표에 따르면, 20여년 전 인터넷 버블이 형성되던 시점의 벤처투자 규모가 2조원에서 3조원이었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2조4000억원의 규모가 됐지만 이제야 20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년 투자규모를 10조원으로 늘려 창업투자에 더 집중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금액이 지난해 630조원인데, ‘융자에서 투자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에 대한 투자는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창업투자 2억7000만원 당 1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죠. 연간 창업투자 규모가 10조원이 되면, 연 약 3만7000명의 청장년이 갈 만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민간자본 참여 중요…국내 투자규약이 해외자본 막는다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만으로는 벤처투자 규모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혁신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위해서는 민간자본의 참여가 중요하다. 민간참여를 위해서는 벤처투자에 따른 수익에 대해 확신을 줘야한다. 혁신창업기업이 탄생하고 거기에서 기회를 찾는 사례가 다수 생겨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내 벤처투자의 회수시장도 조금씩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주식매각 등을 통한 벤처투자 회수금액은 1조2517억원으로 투자원금 5858억원 대비 114%의 수익을 보여줬다. 특히 코스닥 상장기업도 19개로, 벤처산업이 민간자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주형철 대표이사는 “올해 한국벤처투자가 우선 추진할 업무는 벤처투자 분야의 규제를 없애 벤처투자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고 “또 창업초기부터 성장단계별로 지원하는 혁신창업펀드 조성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기업들이 벤처투자조합 투자를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는 회수기간이 길다는 점입니다. 벤처투자조합은 일반적으로 7년에서 10년가량 유지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판단이 필요한 시장이죠. 단기 성과를 거둬야 하는 기업에는 호흡이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도 펀드 청산 전 단계에서 자금회수를 돕는 ‘세컨더리펀드’와 ‘M&A활성화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민간자본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VC(벤처캐피털)의 참여도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엄격한 우리나라의 투자규약이 해외자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주 대표의 판단이다.

국내 벤처투자에 대한 기준이 글로벌스탠다드와 많이 다르다보니, 해외투자자가 국내기업 투자를 꺼린다. 우리나라 투자시장이 크고 투자할 만한 기업이 많다면 우리 기준에 맞추려고 하겠지만, 해외투자자가 공들일 만큼 국내 투자시장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투자유치가 어렵다.

주 대표는 지난 2월 한국벤처투자에 부임해, 가장 먼저 모태펀드 기준규약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없앴다. 또 조합규약 개정을 통해 VC시장에 글로벌스탠다드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투자기간을 없애고, 현재 동일기업 투자한도를 20%로 정한 기준도 폐지했다. 후행투자 제한도 폐지하고, 청산기간 연장을 제한해 LP(linear programming)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개인투자조합 현행 기준규약을 원점에서 검토해,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도 철폐할 방침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우선 추진할 업무는, 벤처투자 분야의 규제를 없애 벤처투자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또, 창업초기부터 성장단계별로 지원하는 혁신창업펀드 조성도 추진중에 있습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정부재원 1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자본을 모아 총 2조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민간주도의 벤처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벤처투자㈜

한국벤처투자㈜(KVIC)는 중소기업투자모태조합을 운용하는 기관이다. 2004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등을 통해 모태조합 신설 및 한국벤처투자 설립계획이 확정돼, 2005년 6월 문을 열었다. 한국벤처투자는 상법상 주식회사이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타 공공기관이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진기금(중기부)·문산기금(문체부)·특허회계(특허청) 등 정부의 재정이 출자돼 4조297억원의 모태펀드가 조성됐다. 모태펀드는 부처별 출자 목적 및 특성에 따라 펀드가 운용될 수 있도록 14개의 계정별로 운영되고 있다. 4조297억원의 모태펀드는 현재 총 609개, 19조6395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으로 출자자금 대비 4.9배의 승수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한 4조4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결성됐으며, 이중 벤처펀드 투자는 2조3000억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