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출구전략, OECD 제시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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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저성장 출구전략, OECD 제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외 재정정책, 가계부담 완화 정책 모두 동원돼야

기사입력2018-09-06 19:2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OECD, ILO 등이 제안하는 임금주도성장이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이들의 처지가 한계점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대자본 주도의 경제성장방식을 탈피해, 중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경제, 공정경제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6일 ‘중소상인 지원정책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가 6일 개최한 ‘중소상인 지원정책 평가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부회장은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민간소비·내수경제를 활성화 해보자는 전략인데, 가계를 이루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이는게 중심내용이고, 정규직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보다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비정규직 등 근로빈곤층의 최저임금 인상이 핵심내용”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 주도 경제에서 중소상공인도 함께 하는 경제로 나아가야 하며,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 공정행정의 속도내기와 협력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금주도성장론’, 우리나라에선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주도성장’ 전략은 저성장 늪에 빠진 세계경제의 출구전략으로 OECD·ILO 등 국제기구가 제시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만의 독특한 정책은 아니다. 미국의 시애틀은 2015년부터 최저임금을 16%, 18%, 15% 매년 인상해 최저임금 15달러를 시행하고 있으며, 주요 주들도 최저임금을 연차적으로 15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독일 등의 나라에서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해 9파운드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15달러나 9파운드는 한국의 1만원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유럽의 임금주도성장이 한국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다소 차이를 가지는 성장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간 소득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기술탈취·제품구입 강요·판매목표 강제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관행화됐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계속 낮아졌고,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저임금의 신빈곤층으로 전락했다.

한계에 직면한 자영업 발 금융위기 가능성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6월 통계기준으로 570만명, 전체 취업자중 자영업자 비중은 20%다. 미국 6.4%, 일본 10.6%, 독일 10.4%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자영업자가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경쟁력은 이미 한계치에 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기준 자영업자의 2년생존율은 47.3%, 2017년 2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21만명 증가했다. 2016년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520조원, 처분가능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은 41.9%로 대다수 자영업자가 한계가구다. 이를 근거로 자영업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도 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 주도 경제에서 중소상공인도 함께 하는 경제로 나아가야 하며,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 공정행정의 속도내기와 협력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남근 변호사는 자영업 경영상황이 악화된 원인으로 공급과잉을 지목했다. 일자리 부족에 따른 비자발적 창업이 외식업·소매업 등 일부업종에 집중한 결과 공급과잉·과당경쟁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 대자본이 골목시장을 장악했고, 인터넷 쇼핑몰·홈쇼핑 등 새로운 업태 출현으로 경쟁이 격화된 것도 원인이다. 이와함께 정부의 수출 위주 경제정책 및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의 장기침체도 자영업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임금주도성장이 한국에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득도 함께 끌어올리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보완돼 수용됐다는게 김 변호사 주장이다.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중소상공인이 함께하는 경제로 탈바꿈해야

김 변호사는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중소상공인이 함께하는 경제로 탈바꿈할 것을 주문했다.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엄격히 단속하고, 중소기업이 단체를 구성해 상생협약을 통해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를 시행하는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분야에 재벌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구성해 협업과 중소상공인간 경쟁을 통해 산업을 선진화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를 뒷받침할 ‘갑을개혁’의 속도내기도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 초반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도급법이나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억제하고, 대기업 본사와 상생교섭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제도적 개혁도 단행했다.

최저임금 인상·혁신성장 둘러싼 불협화음, 공정경제 행정이 늦은 탓

그러나 재벌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생노력이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 상생교섭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중소기업 단체나 가맹점주·대리점주 단체 등이 대기업 본사와 납품대금 조정, 가맹수수료 협상에 나설 만큼 조직력이나 교섭력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부담이 대기업 본사와 함께 분담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최저임금 인상정책도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는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혁신성장 본격추진을 둘러싼 여러 불협화음은 공정경제 행정이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정경제 확립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

공정경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공정위 행정력만으로 부족하니 검찰·중기부·지방자치단체 등도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문제해결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행정의 핵심은 그 권한을 검찰·중기부·지자체 등과 나누고, 협력행정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불공정행위, 갑질문화 등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최저임금 인상만이 아니라 재정정책, 가계부담 완화 정책이 총동원 돼야 한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가계의 소득증대에만 맞춰져서는 안되고,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다양한 경제주체의 소득증대 정책이 병행돼야한다. 가계소득 증대을 위해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고, 노령빈곤층에 대한 기초연금 확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또 가계의 큰 부담이 되는 주거비, 교육비, 통신비, 의료비 등을 완화하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민생문제 해결에 보수와 진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보수정당이 진정으로 중소상공인의 삶을 걱정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번 국회에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직접시공제법, 임금직불제법 등 주요 민생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이는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600만 중소상공인의 몰락은 대한민국 공동체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민생문제 해결에 보수와 진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보수정당이 진정으로 중소상공인의 삶을 걱정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번 국회에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