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낼 여력 없는데, 편의점 문도 못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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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임대료 낼 여력 없는데, 편의점 문도 못닫는다” 본사는 점포 늘려 수익 챙기고, 과당출점으로 편의점주는 수익 악화

기사입력2018-09-19 10: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의 박지훈 대표는 CU편의점 본사가 허위·과장된 매출액을 제시하며 부분별한 출점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처음 편의점 계약당시 본사에서는 일 매출 150~180만원을 제시하며 개점을 권유했지만, 실제로 일 매출액은 66만~12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운영비를 제외하면 임대료를 낼 여력이 없어 대출로 임대료를 메우고 있습니다. 본사는 근거없이 과도한 예상매출액을 제시했고, 편의점주가 장사가 안돼 폐점하려고하면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내라고 합니다. 폐점하고 싶어도 위약금이 없어 폐점을 못하고 있는 편의점이 대다수입니다.”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의 박지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이 18일 개최한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CU편의점 본사가 허위·과장된 매출액을 제시하며 부분별한 출점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날 박기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중소상인공정분과 실행위원(변호사)도 ‘편의점주 생존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이라는 발제를 통해 “과당출점과 35%가 넘는 과다한 수수료로 편의점주 스스로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도 올리지 못해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니 크게 반발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편의점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점포 확대 등 비합리적인 사업운영 체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무차별 점포 확대 등 비합리적 사업운영 체계가 원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12월13일 산업 급성장에 따라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편의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다. 모범거래기준의 주요내용은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도보거리 250m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영업지역 설정 ▲편의점 계약체결 시, 가맹희망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위한 예상매출액 자료 서면 제공 및 정보공개서 제공 시점 명확화 ▲계약 해지시 위약금 인하 등이었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완화 여론 및 정책 흐름에 따라 편의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런 가운데 전체 편의점 개수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1만4000여개 였던 가맹점 수는 2016년 2.2배 증가한 3만1000여개가 됐고, 2018년 현재 4만여개가 넘는 편의점이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CU 본사의 매출은 2017년말 기준 5조원을 넘어섰고, GS25 본사의 매출은 6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2017년 2월 이후 12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점포 수 늘려 수익에만 혈안이 된 본사…편의점주 수익은 악화

박기현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편의점 본사는 점포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으며,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한 편의점주의 수익악화는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과당출점경쟁을 막고 과다한 폐업위약금 등 불공정 문제를 해결해, 편의점주의 생존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편의점 업계의 상생을 위해 ▲심야영업 강제를 지양할 것 ▲과장된 매출 정보를 제공해 개점 유도하는 행태를 멈출 것 ▲과도한 폐점위약금을 개선하고 희망폐점을 허용할 것 등을 제시했다.

◇24시간 영업강제=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버) 제12조3에서는 부당하게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13년 3월~5월 사이 전국의 편의점 가맹점주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본사와 가맹점주의 계약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마련된 조항이다.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맹점주들은 계속되는 적자로 폐업하려다 위약금을 무는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겪거나, 본사의 불필요한 비용전가 등에 신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18일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박 변호사에 따르면,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압박을 통해 심야영업을 강제하고 있다. 전기세 지원 중단, 최저수익 보장 지원 중단, 상품 공급시간 임의 조정 등의 조건을 걸고 심야영업 중단을 승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심야영업을 중단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박 변호사는 심야시간에 고객이 없고 수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해 심야시간 영업을 그만두고 주간에 보다 효율적으로 영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협력해 그 상권을 철저하게 분석해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맹점주의 심야영업 중단이 타당하다면, 24시간 영업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과장매출 정보 제공과 무분별 출점=가맹사업법 제9조는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나 가맹점사업자에게 사실과 다르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을 부풀려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나, 계약의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가맹희망자의 예상매출액·수익·매출총이익·순이익 등 장래의 예상수익상황에 관한 정보와, 가맹점사업자의 매출액·수익·매출총이익·순이익 등 과거의 수익상황이나 장래의 예상수익상황에 대한 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 편의점주들은 본사직원이 제시한 예상매출액을 믿고 출점했지만, 현재 임대료·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적자인 상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가맹본사들이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해 명확한 시장분석 없이 가맹희망자들에게 과장된 매출액을 제시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며 “가맹본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실적을 강조해 가맹점 수만 늘리도록 하고, 영업사원들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가맹본사가 무책임한 행태를 멈추고 정확한 조사방법과 분석결과를 기준으로 합리성과 적정성, 정확성을 갖춘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과장출점을 막기 위해 ‘최저수익보장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최저수익보장제는 일본의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우리와 같은 편의점 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상생방안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스토리웨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레일유통에서, 운영수익금이 낮은 매장에 대해 최저수익보장제를 도입해 최저임금 수준은 보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과도한 폐점 위약금=편의점 업계 영업방식의 특성 중 하나는 통상 5년인 계약기간 중 중간에 폐점을 하는 경우 과다한 위약금을 부담하도록 해 중간에 폐점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미니스톱 편의점의 경우 폐점위약금은 매출총이익 합산금(=평균매출총이익×3개월+평균매출총이익×1%×잔여기간), 취득가 기준의 시설인테리어 비용, 철거비용 일체 및 폐점수수료로 구성된다. 이 경우 매출총이익은 폐점주가 미니스톱의 미래 예상 영업이익까지 배상해줘야 한다. 시설인테리어 비용의 경우도, 산정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취득가 기준으로 하는 불합리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2015년 11월에도 경기도 한 도시의 편의점주가 한달 수입이 4인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제때 본사 송금을 못해 연 10%의 가산금을 물게 되는 현실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가맹본사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멈추고 폐점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본사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과당출점을 해 이로 인한 폐업의 책임은 본사에도 있다”며 “위약금 족쇄를 풀어주는 ‘희망폐업’을 허용한다면 과당출점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편의점 문제는 비윤리적 가맹관계에서 비롯됐다”며, “편의점 본부는 이익 뿐만 아니라 손실까지도 나눠야 한다. 편의점 개점 계약 단계에서 영업이익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시하고, 가맹점주가 영업을 하며 본사가 제시한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하면 이익을 보장하거나 희망폐업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지금껏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등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 내년 설에는 가맹점주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