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37시간 일한 편의점주…휴업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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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연속 37시간 일한 편의점주…휴업권 보장해야 내년 설에는 ‘단체협상’ 통해 휴업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사입력2018-09-23 10: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수년 전 명절 연휴에 아르바이트생이 없어 37시간 매장을 지켜야했다. 매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30시간이 지나자, 그냥 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편의점주의 절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피해사례를 소개한 가맹점주들 얘기는, 구체적인 사정만 다를뿐 흔한 말로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호소 그 자체였다.

말이 좋아 명예퇴직이지, 아들딸 결혼 등 한창 돈이 필요한 때 쫓겨나듯 평생직장을 등졌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비교적 창업이 용이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선택한게 ‘실수’였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퇴직금 다 털어 창업까진 했는데, 그 편의점이 본인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줄은 알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이유로 중기이코노미는 ‘편의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 관련기사에, “살기위해 연 편의점…그 편의점이 생존을 위협”이란 제목을 달았다.

“추석연휴에 매일 16시간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맹계약상 가게를 365일 24시간 운영해야 한다. 명절은 함께 일하는 친구(아르바이트)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시간이다. 가맹점주와 편의점주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비는 시간을 혼자 메울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와 중소상인, 노동자 단체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 및 중소상인 상생을 위한 대규모점포 의무휴업 확대 적용, 편의점 등 가맹점 자율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GS25 편의점주, 한국편의점살리기전국네트워크 이호준 사무국장이 20일 ‘가맹점의 자율영업 허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함께 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무국장은 “명절엔 하루이틀 쉬자는 상식적 호소가, 왜 제도화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소개한 37시간내내 매장을 지켜야 했던 편의점주의 고통, 편의점이 편의점주의 삶을 옥죄는 현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편의점주의 휴업권을 보장하는 법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제3항은 가맹점주의 영업시간을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구속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협의없이 휴업하는 경우 가맹본부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길 건너 하나씩, 그 많고 많은 편의점 모두가 밤낮없이 불을 밝히는 이유다.

가맹사업법상 보장된 편의점주의 휴업권이 사문화된 이유는 법률규정을 정교하게 마련하지 못한 오류에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힘의 극심한 불평등 탓이다. 양자의 힘이 대등했다면, 부당하지 않은 이유로 휴업한 가맹점주가 지원금 박탈이나 블랙리스트 등재란 보복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 지위를 보호하는 각종 장치가 있음에도, 가맹본부의 갑질이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다.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을 맡은 이후, 가맹점주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이 더디긴하지만 계속되고 있음을 안다. 제도개선 속도가 앞으로 가속화돼야지만, 그에 앞서 정부가 집중해야 할 대목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힘의 불균형 해소다. 프랜차이즈시장에서 가맹점주 개인은 가맹본부와의 관계에서 동등할 수 없지만, 가맹점주단체의 법적지위를 보장함으로써 양자관계를 수평대등하게 할 수 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일방이 아닌, 노사자치주의를 통해 노동자 의사가 반영되는 이유도 노동조합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서다. 같은 이유로 가맹점주의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 가맹본부의 갑질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거래조건 협의요청권만 보장했을뿐, 가맹본부가 협의를 거부해도 제재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간명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안부터 실행하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제재수단을 명시해 가맹점주단체의 법적지위를 강화하자. 아울러 가맹점주단체가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이에 응하도록 협의개시의무를 신설하자. 이렇게 되면, 최소한 죽어버린 가맹점주 휴업권은 살아날 수 있다. 편의점주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상당부분 역시 가맹점주단체와의 거래조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편의점 가맹본부단체와 가맹점주단체는 올 추석 연휴 기간(9월23~26일)중 자율적인 편의점 휴업 여부를 놓고 협의를 가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위, 금융위원회 등 관련부처가 총출동한 이날 협의에서도 자율적 휴업에 합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브랜드 편의점도 자율적 휴업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없다.

바라건대 명절 연휴에 37시간내내 매장을 지켰던 편의점주, 올 추석 연휴에는 그 시간이 좀 줄었으면 한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16시간 일해야 하는 GS25 이호준 편의점주, 내년 설에는 휴업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