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는데, 자유한국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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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세상이 바뀌었는데, 자유한국당은? 북미갈등 해소를 위해 어느 때보다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사입력2018-09-27 09:5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추석연휴 직전 남북 8000만 겨레가 함께 지켜봤던 2박3일 평양축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을 대상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절절한 호소와 두정상 내외의 백두산관광 모습은 이번 여정의 백미로 꼽힌다.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큰 걸음이었다. 박수 받을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다 큰 의의는 종전선언과 다름없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흔쾌히 동의했고 15만 평양시민 또한 열렬한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불과 일년 전만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북미관계를 일촉즉발 전쟁위기까지 몰고갔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반발이 우리경제를 뿌리 채 뒤흔드는 모양새가 됐음에도, 정부가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키 어려운 형국이었다. 안보는 북미갈등의 틈바구니 끼였고, 경제는 중국제재에 발목 잡혔던 일 년 전의 대한민국.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9월 평양공동선언은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잔치는 끝났다. 감동적이고 한반도를 축제로 몰아넣은 2박3일이었지만, 이제는 양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은 선언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북한이 수많은 선언과 합의를 주고받았음에도, 어느 순간 대립·반목의 역사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건 약속이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도 마찬가지다. 두정상의 합의에 대해 냉전적 사고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힘을 얻고, 합의이행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면 이번 정상회담도 잘 각색된 한번의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우리만 무장해제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국회권력의 힘으로 또다시 정상회담 합의이행을 제지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참 답답하다. 남북합의도, 미국의 호응이 없으면 이행될 수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북미갈등은 북한의 핵과 마사일 개발, 그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시작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확약한 마당에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는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 미국에 상응한 조치를 요구해야 하는게 우리 정치의 역할이다.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향하는 시간표에 머뭇거릴 시간이란 없다. 전쟁없는 한반도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도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며 유엔의 지지를 호소했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아 김정일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혀, 연내 종전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공동번영을 위한 투자계획도 면밀하게 준비해야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면, 북한 투자·개발에 전세계의 자본이 몰릴 것이다. 민족의 자본을 지켜내고 공동번영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이번 방북길에 동행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평화를 약속한 선언. 이제 북미갈등을 풀어내야 하는건 우리 정치가 할 일이다. 자유한국당을 포함 보수야당, 냉전적 사고에 기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에 발목잡는 행보를 그만두길 바란다. 이럴 때 미국을 찾아가고, 기업인들에게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할 수 있는 야당이 되길 기대한다. 세상이 다 바뀌었는데 자유한국당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