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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98%가 부족하다”

재벌개혁 아닌 재벌봐주기…공정경제시스템 구축 고민 부족 

기사입력2018-10-01 14:09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위해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는 수준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척이나 기대했다. ‘보다 공정한 경제질서가 자리잡을 수 있겠구나’, ‘공정위가 뭔가 일을 제대로 하려나 보다싶었다. 무슨 내용이 나올지 궁금했다.

 

공정위는 내부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논의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발표된 특별위원회의 논의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를 기반으로 한 공정위의 전부 개정 방안은 더 실망스러웠다. 행정기관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알겠고, 관련 공무원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도 알맹이는 쏙 빠진 채 변죽만 울리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수고하셨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면서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부개정안을 보면 볼수록 궁금해졌다. 재벌개혁과 공정경제를 목표로 한다면서 어째 핵심적인 부분은 모두 빠질 수 있을까. 전부개정안의 문제는 너무 많아서 짧은 글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이니, 딱 두 가지만 짚어보겠다.

 

첫째, 재벌개혁이 아닌 재벌봐주기라는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향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신규로 설립·전환되는 지주회사에만 적용하기로 한 점이다. 공정위는 스스로 실행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지분율 요건을 완화한 것이 재벌그룹의 경제력집중 확대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사실상 인정했는데, 실태조사 결과마저 뒤집어 버렸다. 마치 신규순환출자만 규제한다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 떠오른다.

 

또한 금융·보험회사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것도 공정위에게 재벌개혁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벌그룹이 총수일가의 지배권 보장을 위해 계열 금융·보험회사와 공익법인을 동원하는 사실이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는데도 공정위는 손을 놓아버렸다. 촛불혁명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도 재벌은 못 건드리는 것인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사건에서 잘 드러난 바와 같이 재벌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을 보장하기 위해 온갖 위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   ©중기이코노미
둘째, 불공정한 경제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근본적 고민이 부족해보인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를 제재하는 방법은 크게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같은 민사적 제재’, 시정조치·과징금과 같은 행정적 제재’, 벌금·징역과 같은 형사적 제재3가지로 대별된다. 결국 민사·행정·형사적 제재 수단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불공정한 상태가 해소·예방될 터인데, 각각 따로 놀고 있다.

 

민사적 수단으로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자료제출의무, 과징금 상향 등 잔챙이제도개선만 논의될 뿐,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는 없고, 입증책임을 전환하려는 논의도 없다. 행정적 수단으로서 과징금 기준을 상향하겠다고는 하나, 현행법상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 부과율은 1.5%~2%에 지나지 않는 현실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맞다. 형사적 수단으로서 경성담합에서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나, 공정거래법 위반 피해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전속고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담합사건에서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하는 경우 임직원에 대해서도 형벌을 면제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만들었으니, 형사적 수단은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질을 당해도 참는다. 대들면 당장 일거리가 끊어지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신고하고 민사소송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라면, 이미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 처해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막상 법적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또 망설인다. 더 밉보여서 다시는 거래하지 못하게 될까봐 주저되는 것이다.

 

갑질은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경제적 약자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다. 또한 재벌로 집중된 우리나라 경제체제는 철저한 피라미드식 하도급 구조를 통해 갑질을 일상화시키고 있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수많은 회사를 거느리면서 경제력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사건에서 잘 드러난 바와 같이 재벌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을 보장하기 위해 온갖 위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법적 장치도 마땅치 않다. 공정위는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 같다. 이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2%가 아닌 98% 부족한 이유다.

 

덧붙여 지난 928일 공청회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필자가 형벌강화를 주장했다는 취지로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보도다. “민사·행정적 수단을 충분히 강화하지 않은 채 형벌을 임의적으로 폐지하고 전속고발제를 유지하는 것은 공정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정위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었다. 당초 공정위가 현행 제도를 일부 보안하겠다는 정도를 표방했다면 모를까,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위해 획기적으로 법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다음 나온 결과가 고작 이 정도이니, 앞으로 무슨 말을 해도 허풍으로 들릴 것 같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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