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목적 주택, 더 이상 기회 아닌 고통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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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투기목적 주택, 더 이상 기회 아닌 고통 돼야” ‘1가구1주택’ 원칙을 선언, ‘땅’이 ‘땀’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줘야

기사입력2018-10-02 15:3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학생과 주부들까지 알바비와 쌈짓돈을 들고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금 땅부자들을 추격하지 않으면 영원히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그들을 투기 광풍으로 떠밀고 있다. ‘땅’이 ‘땀’을 영원히 이기는 ‘부동산공화국’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에 ‘땅의 불평등’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땀과 땅의 대결’의 승자는 땀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발언이다. 부동산투기 광풍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자, 불로소득을 근절할 근본적인 해법이다.

냉정하게 살펴보자. 부동산투기 광풍의 직접적인 원인은 투기꾼의 탐욕이지만, 그것만으론 투자 또는 투기가 광풍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수 없다. 부동산투기꾼이 의도한 대로 매물이 돌고 돌아야만 미풍이 태풍으로 커지는데, ‘대학생과 주부까지’ 투기시장 가세하면서 부동산공화국이 만들어졌다.

서민 대다수가 ‘알바비와 쌈짓돈’까지 싸들고 부동산투기 대열에 합류한 이유는 정글에서 도태되지 않겠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해방이후 줄곧 땀이 땅에게 패배했던 역사를 체험했던 이들이 자구책으로 선택했던 생존전략이다. 되짚어보면, 땅보다 땀이 존중되는 사회·경제·문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공동체에서 부동산투기란 오명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땅이 땀에게 승리했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책무는 당연히 정부 그리고 입법기관인 국회의 몫이다.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투기를 뿌리뽑을 의지를 갖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고, 최소한 지금까지는 이들 기관이 부동산투기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보는게 맞다. 찔끔 올린 종합부동산세도 그렇고, 임대사업자란 명분으로 다주택자에 제공하는 세금특혜도 이들 기관이 행한 일이다. 폭등하는 임대료를 억제할 상가임대차법을 개정하랬더니, 임대 소득세(법인세)를 깎아주면서까지 건물주의 불로소득을 보장한 것도 정부와 국회다.

정부와 국회가 땀이 아닌 땅을 존중하는 이유에 대해 이정미 의원은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누가 뭐래도 이 자리에 있는 장관, 국회의원들 다수가 국민의 눈으로는 부동산 기득권의 일원”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진·장관급 공직자의 35%, 300명 국회의원중 119명이 다주택자다. 국민의 3.4%만이 강남에 살지만, 국회의원의 24.6%가 강남에 집을 갖고 있다. ‘부동산불패’, 특히 ‘강남불패’ 신화는 괜히 생긴게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게 합리적 추론이다.

이정미 의원이 제안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으로 농지개혁을 단행해 근대화의 산업화 기반을 일궜듯이, 이제 거자유택(居者有宅) 원칙을 세워 부동산을 개혁하고 불평등을 넘어 발전의 길을 닦자고 호소했다. ‘1가구1주택’을 기본원칙으로 세워, 땀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정부 성원의 자발적 1주택은, 그 어떤 정책보다 가장 확실한 부동산개혁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공복인 정부관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각자가 이정미 의원 제안에 답해야 한다. 주거목적 이외 주택을 소유한 정부관료와 국회의원은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소명해야 한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이사철만되면 전월세를 떠도는데, 2채·3채 또는 그 이상의 집을 보유하면서 ‘공복’ 또는 ‘대의기관’을 참칭하는 위선이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부동산투기로 돈을 벌고 싶고 땀보다 땅이 좋다면, 관직을 떠나고 배지를 떼라.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12월 집을 팔아, 1가구 2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됐다. 정부 관료 특히 고위관료부터 대통령의 뒤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법으로 강제할 순 없지만, 고위공직자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관료가 돈이 아닌 명예를 중시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세워야할 책임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명령이다.

선출권력인 국회의원에 대한 통제는 행정부가 아닌 유권자인 국민의 의무다. 시민사회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부동산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그 정보를 기초로 국민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집한칸 없는 국회의원이 다주택자 국회의원보다 전월세살이 설움을 보다 공감할 수 있음은 상식이 아닌가. 시민사회와 국민이 함께 국회의원의 부동산투기를 감시·견제할 수 있다면, 투기친화적인 부동산정책을 서민주거 안정책으로 전환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입법기관을 통제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하지만, 중장기적 과제다. 해서 지금 당장은 주택보유에 따른 부담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부동산투기 요인을 차단하는게 급선무다. 이정미 대표 역시 “투기목적의 추가적 주택 보유는 더 이상 기회가 아니라 고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 공동체에서 투기목적 다주택자 등에게 부담시키는 종부세를 ‘고통’이라 받아들일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절반이상은 엄살이거나, 종부세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억지궤변일 뿐이다.

종부세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세율 또한 강화했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종부세 대상자는 2016년기준 주택보유자 1331만1319명중 27만3555명(2.05%)에 불과하다. 또 종부세 최고세율(3.2%)을 올렸다지만,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는 239명이 전부다. 이 정도의 종부세라면 ‘고통’이 아니라, 부동산투기꾼에게 ‘면죄부’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국민 3명중 2명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꿈꾸는 ‘땅’이 ‘땀’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나라, 그 시작은 보다 강력한 종부세를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관료가 자신의 땅을 내려놓고, 국회 특히 집권여당 국회의원 모두가 앞장서 국민 앞에 1주택을 선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