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원주민 간 공존…시민주도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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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이주민·원주민 간 공존…시민주도로 해결한다 구로구·에스이임파워, 시민참여형 ‘공감e구로 리빙랩’ 개소

기사입력2018-10-04 11:0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감e구로 리빙랩 구로구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과 이주민이 모여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중기이코노미

대전광역시의 갑천 ‘물고기다리’는 7000여 세대가 생활하는 아파트단지와 생활편의시설이 모인 상업시설 사이에 있는 물고기 모양의 돌다리다. 이 다리를 통하면 아파트단지에서 상업시설까지 5분이면 갈 수 있지만, 다른 길로 가려면 40여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면 물고기다리는 물에 잠겨 사망사고 등 크고작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다리 건설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도 수차례였지만, 수억원의 예산이 드는 다리건설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모았다. 물고기다리에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IoT 웹캠을 설치했다. 프로젝트명은 ‘건너유’.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갑천 물고기다리의 범람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웹서비스다.

시민들이 일상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참여형 문제해결 프로젝트 시민참여 리빙랩(LivingLAB, 생활실험실)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이야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행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생활문제들을 주부, 학생, 디자이너, 전문가 등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시민참여형 리빙랩, ‘공감e구로 리빙랩’ 개소

에스임파워 구로 DSI추진단 김석경 단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기획된 지역문제 해결 솔루션들은 정작 지역에 와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서울 구로구와 에스이임파워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9월27일 시민참여형 리빙랩, ‘공감e구로 리빙랩’을 개소했다. ‘주민과 이주민의 상생, 낙후지역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스마트 시민복지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행정안전부의 ‘주민 체감형 디지털 사회혁신 활성화 사업(공감e가득 사업)’ 예산지원으로 운영된다.

공감e구로 리빙랩의 운영을 맡은 에스임파워 구로 DSI추진단 김석경 단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기획된 지역문제 해결 솔루션들이 정작 지역에 와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주민이 체감하는 일상생활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리빙랩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지역문제 해결 솔루션이다. 지역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주도해 솔루션을 제시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외국인 주민 비중, 낙후된 도시…생활문제 심각

공감e구로 사업은 구로구의 지역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다. 구로구는 인구 40여만명중 4만7000여명이 조선족, 한족 등 서울시에서 영동포구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주민 거주지역이다. 또 구로3동에는 첨단 IT도시가 형성돼, 인근 지역과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지역적 특색을 감안해 구로구는 다문화정책과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스마트도시팀도 설치했다.

에스이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도시재생팀 남영미 팀장에 따르면 구로구는 특히 취학연령 아동들이 많아 학교와 아동,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주거비가 저렴하고 남구로 시장의 저렴한 생활비 등 으로 외국인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공감e구로 리빙랩에는 3D프린터와 실사출력기 등 IoT 기기들을 구비한 IoT디바이스 제작소와 교육장, 회의실 등의 공간이 마련됐다. ©중기이코노미

또 지하철 남구로역 5번출구 인근은 새벽마다 인력시장이 열려 매일 새벽 30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모이는 지역이다. 여기서는 아침마다 당일 일을 잡지 못한 잔류 노동자들의 음주·취식 행위가 늘 벌어진다. 문제는 이 곳이 인근 초등학교와 아이티산업단지로 가기위해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지나는 길목으로 안전과 악취, 소음 등의 민원이 빈번히 제기된다는 점이다.

낙후된 주거환경도 심각하다. 벌집으로 상징화된 노후 저층주택이 밀집해 있어, 어둡고 좁은 골목길은 안전취약지역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소통과 문제해결의 공간

공감e구로 리빙랩은 이와같은 구로구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도시재생팀 남영미 팀장은 “이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주민 커뮤니티들이 있고, 이주민 중심의 커뮤니티도 있다. 공감e구로 리빙랩은 이들 주민들의 모여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모임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e구로 리빙랩은 3D프린터와 실사출력기 등 IoT기기들을 구비한 IoT디바이스 제작소와 교육장, 회의실 등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원주민과 이주민이 참여하는 ‘스스로해결단’을 중심으로 행복나눔 희망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지역 중심의 반응형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골목길 심야 안심 보행을 위한 IoT디바이스 개발도 이뤄질 예정이다. 또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 노출위험이 있는 공공화장실을 안심화장실로 만들기 위해 탐지 서비스도 도입한다.

DSI추진단 김석경 단장은 “공감e구로 리빙랩은 ‘우리 삶을 바꿀 생활 공간 실험실’이라는 모토로 운영된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코딩이나 IoT디바이스 교육도 계획, 내년이면 이곳에서 교육받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성기 에스이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감e구로 리빙랩은 스마트시티 구로구와 나란히 가는 디지털 사회혁신의 창작공간”이라며 “이주민과 원주민이 소통하는 마을, 여성과 아이가 안심하고 생활하는 마을, IoT, 앱, 웹 등의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민복지 도시가 공감e구로 리빙랩이 만드는 새로운 사회의 비전”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