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사건 공정위 심결, 끝 아닌 ‘또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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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골프존 사건 공정위 심결, 끝 아닌 ‘또다시 시작’ 확인된 차별적 행위는 빙산의 일각…골프존 상생방안 모색해야

기사입력2018-10-31 15:2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감시과장이 골프존의 차별적 취급행위에대한 심의결과를 12일 발표하고 있다. <자료=정책브리핑 동영상 캡쳐>

비가맹점의 가맹전환을 강제할 목적으로 가맹점에게만 신제품을 공급해 비가맹점을 차별한 ㈜골프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신제품 공급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로써 골프존과 스크린골프사업자 간 이어져온 8년여의 갈등은 일단락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 비가맹 스크린사업자는 기자에게 “또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스크린골프기기 개발·공급 사업에서만 매출액 1700억원, 당기순이익 755억원을 기록한 골프존에게 과징금 5억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신제품 공급명령이다. 공정위는 가맹사업용 투비전(프로와 라이트 두가지 버전이 있음)이 아닌 투비전라이트와 유사한 제품을 최소비용으로 비가맹점에게 공급하라고 했다.

비가맹 스크린사업자의 요구는 가맹점에게만 신제품을 제공해 자신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킨 골프존의 차별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정위 공급명령에 따라 골프존이 제공하는 제품사양이 가맹사업용 투비전에 비해 떨어지거나, 판매가격이 높다면 차별시정 명령은 의미가 없어진다. 골프존의 차별적 행위를 제재한다며, 공정위가 부과한 행정처분이 또다른 차별을 용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골프존이 제작·공급한 기기를 사용하는 스크린골프장은 2007년 559개에서 2016년 말 기준 4817개로 10여년 만에 8배이상 증가했다. 매장수 기준으로는 제빵업종 1위인 파리바게뜨 점포보다 많고, 계열사 19개를 거느릴 정도로 골프존은 이미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전국에 5000여개 가까운 스크린골프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음에도 골프존은 덩치를 더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스크린골프장 시장에서 신규 골프시뮬레이터 판매확대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때 골프존이 생각해낸 새로운 수익창출 구조가 가맹사업이었다.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면 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존 기기를 사용하는 기존 사업자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사업을 추진했다는게 골프존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맹사업 추진과정을 보면, 기존 사업자에 대한 골프존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기존 사업자가 망한 자리에 가맹점을 채워 넣음으로써 골프존의 수익창출이 지속되도록 판을 짰다.

가맹사업이 기존 사업자의 상권보호와 사실상 무관하다는 사실을 골프존도 알고 있었다. 기존 사업자가 가맹점으로 전환해도, 그 영업지역내 다른 브랜드 스크린골프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새로이 개업도 가능해 기존 사업자에 대한 상권보호 효과는 거의 없다. 이같은 사실은 골프존이 가맹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작성한 내부문건에서도 확인됐다. 해당문건은 밀집지역내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골프존이 가맹사업자와 비가맹사업자 모두를 기만했다고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골프존은 지난 24일 골프존사업자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을 통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투비전을 공급하라는 것이 아니므로, 가맹점 전용제품인 투비전을 비가맹점에 공급하지 않으며, 가맹사업도 스크린골프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이후 골프존이 지금까지 스크린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적 행위 등에 비춰보면, 골프존의 이같은 입장은 충분히 예측가능했다.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은 고객의 코스이용료를 스크린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행위, 비가맹점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하는 부당한 보복행위를 시정해달라며 지난 8월 골프존을 상대로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또다시 시작’이라고 전한 스크린사업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또다른 스크린사업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골프존의 비가맹점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기자 또한 지금까지 골프존을 취재하면서 지면에 담아내지 못했던, 불공정사례도 적지 않다. 길고 지루하고 특히 당하는 입장에선 생존권까지 걸린 양자간 극한 대립과 갈등. 하루라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