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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빠짐없이 고르게 부유해지도록 해야”

‘고르게’ 잘 살지 못해 세상이 어지러울 것을 걱정한 공자 

기사입력2018-11-02 12:33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공자는 정의로운 부자를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할 수 없는 바에야 부자가 되기보다는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래서 공자가 사랑과 정의라고 할 수 있는 인()과 의()의 실천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그렇지만 공자 역시 인간이 먹지 않고는 며칠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에서, 공자의 제자인 염유(冉有)가 나라에 백성이 많아지면 위정자는 그 다음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무엇보다도 백성들을 부유하게 해야 한다(富之)”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백성들을 가르쳐야 한다(敎之)”라고 했다.

 

공자 자신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늘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침내 인류의 스승이 될 수 있었으니, 제자나 위정자들에게 언제나 학문 수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만 같지만, 역시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위정자가 가장 우선해야 하는 과제라고 밝혔던 것이다.

 

보통의 백성들이 아무 걱정없이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나라꼴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는 주장이 지금 세상에서도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공자는 백성들을 어떻게 부유하게 해야 한다고 했을까?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나라에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않을까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라고 했다. 공자는 백성들을 부유하게 먹고 살게 해줘야 하되, 백성 누구 하나 빠짐없이 고르게 다 부유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요사이 중국에서는 고전(古典) 교육을 학교와 일반 사회에서 불러일으키면서, 특히 공자의 유가사상을 사회주의 이념에 맞춰 다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공자가 백성들을 두루 잘 먹여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이 마치 모든 인민이 고르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회주의 이념과도 통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중국이 다시금 공자의 유가사상을 새롭게 부활시키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공자가 빈부격차로 양극화가 날로 심해져서 사회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고르지 못한 세상을 본다면 또 어떤 말로 우리 사회를 일깨울까? 사진은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의 공자상.<사진=문승용 박사>
본디 유가에서는 두루 행복하게 잘사는 이상사회를 대동(大同)사회라고 한다. 유가의 주요 경전인 예기(禮記)’예운편(禮運篇)’에서, 가족이나 종족 사이에 사사로이 서로 다투는 것이 없이 세상을 규제하는 예법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은 두루 함께하는 상태를 대동이라고 했던 것을 오늘날 중국의 사회주의 이념과도 통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대학(大學)’에서도 선비가 일상에서 마음에 늘 새겨둬야 하는 8가지 덕목이 나오는데,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바로잡고, 국가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라는 뜻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덕목에서 선비의 최종 목표로 세상을 고르게 한다는 의미의 평천하(平天下)’를 들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온 세상이 번영해 화평하게 된 사회인 대동사회가 유가 전통사회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유가사상의 이상인 대동사상이 근대 사회주의 이념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공자가 계씨(季氏)’편에서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을까 걱정한다(不患貧而患不安)”라고 말한 것을 보면, 나라의 백성들이 잘 먹고 못 먹는 빈부의 차이가 많아져서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난해지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근대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만 배불리는 자유방임적인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에서 사회주의가 비롯돼 모든 시민의 정치적 권리와 신분 차이를 평등하게 보장하자고 했던 것과도 이른바 공자의 경제사상이 닮은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지금 중국에서는 유가사상을 새롭게 되새기고 있다. 그렇지만 근대이후 지난 왕조시대 계급사회의 이념을 지탱해 오던 유가사상이 오늘날 중국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돼 나아갈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요즘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이 자신의 재산 전부를 기부하겠다고 해서 화제다. 그는 자기가 평생 번 돈은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둔 것이니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가 2010공자(孔子)’라는 영화에서 공자 역을 맡아 활동하면서, 혼자만 재산을 차지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 모두 두루 함께 부유해야 한다는 공자의 생각에 감명을 받았던 것을 이제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공자가 빈부격차로 양극화가 날로 심해져서 사회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고르지 못한 세상을 본다면 또 어떤 말로 우리 사회를 일깨울까?

 

우리말에서 무엇인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불평(不平)하다라고 한다. 본디 사람들은 고르지 못한 상태에 불평을 하기 마련이라서 이런 말도 생겼을 것이다. 고르지 못해서 불평을 하는 세상을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두루 고르게 잘 살지 못하면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누구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공자의 말을 오늘의 우리들은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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