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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극단적인 선택으로 ‘남양유업 갑질 알려야겠다’

남양유업에 죽음으로 저항한 대리점주, 빠른 쾌유 바란다 

기사입력2018-11-07 17:02

“제가 죽으면 경찰에서 조사할테고, 그러면 남양의 역겹고 비열한 행태는 없어질까요. 아침에 남양 홈페이지 보고 놀랐습니다. 만약 제가 죽고 없어지면, 비열한 남양 꼭 이 사회에서 없어지도록 노력해주세요.”

 

대리점살리기협회에 따르면 남양유업 대리점주 A씨가 이와같은 내용의 문자를 남기고 지난 2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남양유업 대리점을 1년째 운영중이다. 대리점 운영을 잘 모른채 뛰어든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새롭게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도 녹록치 않았다. 거래처 소개를 부탁해야하는 본사에 대해 A씨는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대리점살리기협회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남양유업이 이러한 A씨의 약점을 이용해 목표강제와 물품강요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월말이면 A씨 대리점에 프렌치카페와 같이 유통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제품을 500박스, 700박스씩 떠넘겼다. 본사가 거래처에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 800여만원을 대리점이 부담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는게 협회 관계자 전언이다.

 

남양유업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 현재는 사라졌다. <자료=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이를 견디지 못한 A씨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고, 지난 1일 KBS는 ‘상생한다더니 남양유업 갑질 여전’이란 제목을 달아 관련내용을 보도했다. KBS 보도 후 남양유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어떠한 불공정행위도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2일 발표했다. 반성과 변화를 기대했던 A씨에게 이와같은 남양유업의 반박은 절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죽음으로, 남양유업의 갑질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3년 남양유업의 갑질이 국민의 공분을 산 이후 남양유업은 갑질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가맹점, 대리점,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은 ‘을’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목소리를 키웠다. 2015년 12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이라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후 개선이 이뤄진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말 달라져야할 것은 ‘을’을 을이게 만드는 ‘갑’이다. 을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도, 갑은 늘 스스로의 출구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 출구는 국회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열어주기도 한다. 불공정행위를 제재할 법은 여전히 미흡하고, 공정위는 무기력하다.

 

A씨의 소식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전히 불공정한 시장구조와 싸우고 있는 을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A씨를 더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 스스로도 피해자의 한 사람임에도 말이다. 그는 “지금 당장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몰린 대리점주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갑의 입장은 기계적으로 똑같다. 불공정행위를 한 일이 없으며, 을의 불행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물어봐도, 돌아오는건 “해당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해줄 수 없다”는 하나마나한 답뿐이었다. 반성과 자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혜선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은 5일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 사건을 이야기했다. 추 본부장은 “남양유업의 갑질이 지속되는 것은 공정위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3년 당시 사건에 대해 남양유업에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후 남양유업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대리점이 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고려없이 표피적인 조사로는 오히려 면죄부를 줄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리점이 본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규정이 전무한 대리점법의 개정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입원중인 점주가 속히 쾌유해, 다시 싸울 힘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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