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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사업, 구체적인 운용방안이 없다

광주시, 비정규직만으로 가동되는 동희오토와 다름을 보여줘야  

기사입력2018-11-19 20:0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동차 지부가 반대해 ‘좌초위기’를 맞았다는게 대다수 언론 및 정치권의 시각이다. 광주광역시 노사정(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제외) 모두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대차 광주공장 유치에 발벗고 나섰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이다. ‘고용절벽’인 한국경제를 염려해 광주지역에 투자하겠다는 현대차 경영진의 결단도,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이기심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광주시민단체총연합은 지난 6일 오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도와달라’며 호소문을 낭독했다.<사진=뉴시스/광주시민단체총연합 제공>
민주노총과 현대차지부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가진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광주시와 현대차가 공장설립에 합의했고, 그 합의안에 명분이 담겼다면 민주노총의 반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역행하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할 때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극우·보수 야당이 최근 합의한 탄력근로시간제 확대적용 역시 양노총 모두 반대하고 있음에도, 집권여당은 강행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반발로 사업의 속도가 늦어진다는 비난정도야 봐줄만하지만, 민주노총 때문에 ‘좌초’·‘무산’ 등의 표현은 너무 나갔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가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는 만주노총의 반발이 아닌 사업 그 자체에 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희망사항만 나열했을뿐, 그 희망을 현실화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좀 과장하자면 유토피아를 상정하고, 그에 맞춰 얘기를 구성한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든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요약하면 광주지역에 현대차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광주시의 위탁을 받은 현대차가 연간 10만대의 경차 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다. 현대차와 별개법인인 광주공장을 통해 현대차노동자 임금의 ‘반값’을 받는 직접고용 일자리 1000여개, 간접고용까지 포함해 1만여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광주공장 최대주주인 광주시는 광주공장에 ‘노사 책임경영’을 실현해, 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적정 노동시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광주공장 ‘하청업체와 관계개선’을 도모해,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적정 임금’·‘적정 노동시간’·‘노사 책임경영’·‘하청업체와 관계개선’ 등 4개 핵심 경영원칙은 광주공장 설립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보장하는 ‘노사 상생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면, 지방정부가 이 사업을 수행할 명분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문제는 4대 핵심 경영원칙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광주시와 현대차 간 합의 도출이 어려운 난제라는 점이다. 설사 합의해도, 그 합의내용 대부분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구현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적정 수준 임금에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했다고 치자. 당장은 모르겠지만 동급 차종을 생산하는 울산공장 노동자는 8000만원, 광주공장 노동자는 4000만원 받는 상태가 지속가능하다고 보는가. 이게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광주공장 설립 이후 삼성전자가 경주에, 엘지전자가 목포에 반값 공장을 세우겠다고 나서면 막을 재간이 없다. 이렇게되면 시장수요 확대로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 생산을 위해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는 모두 반값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아닌, 지역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시장 출현을 막을 방안을 광주시가 먼저 내놔야 한다.  

 

적정 노동시간에 합의했다고 치자. 노동시간은 기본적으로 시장수요와 생산설비의 수율,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는게 상식이다. 수요증가로 공장가동시간을 늘리고 싶은 경영진의 요구와 추가노동으로 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싶은 노동자의 이해, 양자 모두를 ‘적정 노동시간’이란 이름으로 통제가능하다고 보는가. 또 공급과다로 생산량이 줄면, 이미 합의한 적정 노동시간 대한 임금을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인가. 경차를 포함 국내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광주공장의 실노동시간은 적정 노동시간 밑으로 떨어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광주공장의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은 광주시와 현대차 간 합의가 아닌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책임경영, 한국사회 노사관계 경험에 비춰보면 단기간내 합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다. 노사책임경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으로 나온게 많지 않지만, 대략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할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이라 이해한다. 공공부문 일부 사업장 사외이사에 노동자 한명 집어넣는데도, 짧게 잡아도 10년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노사책임경영과 관련한 광주시와 현대차 간 협상내용이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수준이란 언론보도가 나온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사회 노사관계 현실을 후퇴시키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반값 일자리를 만들면서 노동이사제 수준의 경영참여만 인정하겠다면, 광주시 스스로 이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4대 핵심 경영원칙 중 마지막, ‘하청업체와 관계개선’은 광주시와 현대차 간 협상을 통해 풀 수 없는 문제다. 현대차와 하청업체 간 ‘관계’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현대차만 알려하지 않을 뿐, 광주시민을 포함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다. 현대차가 하청업체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돈이 들어서다. 또 지금과 같은 불공정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돼야만 현대차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언하지만 현대차는 자사 돈으로 광주공장 하청업체에게 ‘적정’ 이윤을 보장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광주공장 하청업체에 적정 수준의 납품단가를 지불하면, 울산공장 하청업체에게도 같은 처우를 해야한다. 현대차가 울산공장 폐쇄를 결정하지 않는 한, 광주공장 하청업체는 적정 수준의 납품단가를 보장받을 수 없다. 

 

광주공장 노동자에게 임금을 반만 주기에, 나머지 임금 절반을 활용해 하청업체에게 이윤을 보전해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1년간 광주공장에서 절약한 1인당 4000만원의 임금, 1000명 모두를 더해봐야 400억원에 불과하다. 이걸로 광주공장 하청업체 경영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발상이 광주시에서 나온 것이라 믿지 않겠다.현대차가 돈을 낼 생각이 없다면, 광주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광주시가 하청업체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광주시가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업이다. 광주지역 고용사정이 특히 나쁘고, 경제여건 또한 좋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임금차별 논란, 별도법인 설립을 통한 반값 일자리 양산 등 예상되는 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광주공장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광주공장이 제2의 동희오토가 되지 않으려면, 광주시가 보다 정교한 계획과 함께 공장가동 이후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동희오토는 광주공장과 같이 현대차와는 별도법인으로 사내하청 비정규직만을 고용해 경차 ‘모닝’을 생산하는 위탁공장이다. 동희오토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 수준은 적게는 2400만원에서 많게는 4200만원으로, 현대차 광주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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