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반부패 규제준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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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기업의 반부패 규제준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과거 반부패행위도 해외진출에 걸림돌…기업들 리스크 관리해야

기사입력2018-11-21 19:1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노사발전재단이 21일 개최한 2018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포럼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은경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CSR에 대한 법제화 및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영국계 대형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중국내 의사·병원직원·의료기관에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할 목적으로 6년여간 약 30억위안 규모의 뇌물을 700여개 여행사를 통해 전달했다. 뇌물제공 후 판매량이 늘어났고, 다른 국가보다 중국에서 7배나 비싸게 약값을 책정했다.

이를 적발한 중국당국은 영국인 마크라일리 GSK중국지사장과 총괄자문을 비롯한 고위관리자들에게 기업범죄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 또 30억위안(한화 약 4890억원)에 달하는 중국 사상 최대의 벌금도 부과했다. 이 사건은 중국내 다국적기업 고위관리자들이 기업과 함께 유죄선고를 받은 초유의 일이었다. GSK 사건으로 많은 다국적기업, 특히 의료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뇌물방지 규제준수 활동을 강화했다.

기업 경영활동에 도덕성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

기업 경영활동에 도덕성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움직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미국은 20년 전인 1977년에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만들었다. 뇌물제공 혐의가 인정되면 제공한 뇌물의 6~7배의 벌금이 부과되는 강력한 법이다. 지멘스는 비자금을 조성해 아시아·중동 기업과 공공기관·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해, 지난 2008년 약 8억달러(약 9474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맞아 회사존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노사발전재단이 21일 개최한 2018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포럼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은경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CSR에 대한 법제화 및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추세”라며 “이러한 추세는 기업에게는 위험과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은 사업을 하려는 지역에 따른 리스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강화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관이다.

아시아 국가의 규제 강화 추세…대응책 마련해야

특히 이 책임연구원은 아시아 국가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최근 OECD와 같은 글로벌 경제공동체와 NGO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자체적인 반부패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추세다.

이 책임연구원은 “아시아 사회는 관료적인 성향이 강하고 권위와 명령에 의심없이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며 “본사 차원의 정책을 현지의 경영진과 중간관리자를 통해 전사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의 문화적 차이, 현지시장 및 관습, 내재적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등을 파악해 현지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통해 효과적인 반부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 또는 영국 등의 은행을 통한 송금과 같이 아주 단순한 계기를 통해 미국·영국의 반부패법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해외반부패법(FCPA)에 의해 역사상 최대 규모 단속활동에서 적발된 10건의 사건 중 8건이 미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과 관련이 있었다”며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글로벌 반부패 규제준수를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M&A시 반부패 규제준수 평가 실사에 포함될 가능성 높아

특히 아시아 기업이 다국적기업에 의해 우호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경우, 실사절차에서 반부패 규제준수 평가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의 FCPA와 영국 뇌물수수법에 따라 피인수기업의 법위반 사실을 몰랐다하더라도,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과거 범죄에 대한 승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때문에 피인수기업이 반부패 규제를 엄격하게 준수했음을 확신할 수 없으면, 인수기업이 거래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아시아 기업이 성장 발전함에 따라 현지 또는 해외에서 다국적기업과 사업을 하고자 할 때 글로벌 반부패 규제준수를 요구 받는다. 반부패법은 다국적기업에게 그들을 대신해 활동하는 사업파트너가 행한 부패행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재거하기 위해 사업파트너에게 규제준수 노력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이에따라 반부패 규제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은, 이를 준수하는 기업에 비해 경쟁에서 훨씬 불리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아시아 기업, 효과적인 반부패 컴플라이언스 구축해야

이은경 책임연구원은 아시아 기업들이 효과적인 반부패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조직 구성원 모두가 제반 법규를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사전적·상시적으로 통제·감독하는 체제) 프로그램을 설계, 이행, 모니터링 할 충분한 인적·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직원의 뇌물수수뿐만 아니라 대리인을 통한 뇌물제공도 기업책임이 될 수 있기에, 해외사업을 운영하거나 확장할 때 제3자 활동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예상치 못한 부패스캔들에 연루되거나 조사대상이 되는 경우, 방어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당부했다. 또 조사당국에 협조하지 않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제를 덮는 경우, 더 큰 규모의 조사와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