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부채’와 구분…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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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투기부채’와 구분…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해야 노동자 임금, 자영업자 소득으로 빚 갚을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기사입력2018-11-26 08:57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가계부채 총 규모가 1500조원를 넘어섰다. 2013년 말 1000조원를 넘어선 이후, 불과 5년만에 500조원이 늘었다. 이전보다 증가폭이 둔화세를 보인다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가계소득 증가세보다 커 가계부채가 줄어들 요인은 거의 없는 셈이다. 특단의 해결책이 없다면 완만하더라도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빚이 서민들의 가계를 옥죄고,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귀에 못이 박힐만큼 들었다.

정부나 언론에선 가계부채 급증이 부동산투기 열풍에 기인했다고 진단한다. 빚내서 집사라는 과거 정부의 그릇된 정책후과가 여전한데다, 현 정부의 약발없는 부동산정책이 집값이 오를거란 시그널을 준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가계부채가 느는 이유가 부동산정책 때문이란 진단은 단편적이다. 부동산투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건 사실이지만, 가계부채가 천정부지로 커지는 원인은 서민 대다수가 병원비 마련을 위해, 교육비에 충당하고자, 생활비가 없어서 빚을 내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전 금융권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1.19. (사진=뉴시스/금융위원회 제공)

역대 정권이나 보수언론은 가계부채가 폭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부동산정책에서 찾았고, 대책은 당연하게 대출죄기로 귀결됐다. 가계소득을 늘릴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고,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은 반복됐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오히려 진짜 원인을 감췄다. 오진에서 나오는 대출 옥죄기 때문에 서민들은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제2금융권에서 사채시장으로 몰렸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잔액 집계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부채 질 또한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30일 열린다.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언제까지 저금리를 고집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부동산투기 심리를 꺾기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문제는 생활고에 내몰려 부동산투기와 상관없이 빚을 지고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대출을 옥죄는 정책은 엄동설한에 서민들을 내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출 문턱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대출 옥죄기, 금리인상에 앞서 부동산 투기꾼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자높은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부업체 고금리상품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위한 금융대책을 준비하는 주장이다.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취업준비생 등 소외계층의 가계(생활)부채와 부동산투기 세력의 부채를 분리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대책의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서민들 살림살이를 옥죄는 규제가 될 뿐이다.

가계부채 대책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노동자의 임금이든 자영업자의 수입이든, 그 돈으로 빚을 갚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벌어서 갚기는커녕 더 빚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게 대다수 국민이 처한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놓고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주의 싸움으로 만들어 갑론을박하는 정치권, 가계부채 대책마련은 턱도 없는 일이다. 1500조원의 가계부채, 한국경제를 몰락시킬 뇌관이라고 한다. 시한폭탄과도 같은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정치권이나 언론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긴장감이 없다. 가계부채 해결, 빚진 사람들의 문제로만 떠밀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벌어서 빚 갚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 모두의 숙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