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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과 소녀’ 파쇄된 15억원짜리 작품의 부활

“투자용 상품으로 전락시킨 미술의 경매시스템 조롱” 

기사입력2018-12-10 11:03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지난 105일 저녁(런던 현지시각),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그라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 거리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의 2006년 작으로 알려진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가 매물로 나왔다그의 유명세 때문에 이 작품은 무려 한화로 약 158270만원(104만 파운드)에 낙찰되었다그런데 낙찰되는 그 순간 액자 안의 작품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파쇄되었다마치 파쇄기에 종이를 넣는 것처럼 15억원에 낙찰된 작품이 찢어진 것이다그걸 보는 경매 참여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15억원짜리 작품이 눈앞에서 파괴된 것을 본 것이다경매장은 충격에 휩싸였다이 광경은 뱅크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이 영상을 하루 사이 370만명이 넘게 봤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그렇다면 이 작품은 이제 죽은 것인가?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뱅크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신상에 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다.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한 곳은 영국 가디언신문의 온라인 부문인 가디언 언리미티드(Guardian Unlimited)’가 유일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뱅크시는 1974년생이고, 백인이며, 본명은 로버트 뱅크스(Robert Banks)라고 한다. 하지만 이 기사 또한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지난 105일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이틀 후인 7,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banksy)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적인 욕구다-피카소(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Picasso)”라는 글과 함께 영상 하나를 올렸다.

 

풍선과 소녀’, ‘쓰레기통 속의 사랑으로 부활하다

 

그 영상은 이런 글로 시작한다. “나는 몇년 전 비밀리에 이 작품에 파쇄기를 만들었다. 혹시 경매에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그 문장에 이어서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영상 일부와 풍선과 소녀작품이 경매되는 광경, 낙찰되는 장면, 그 작품이 파쇄되는 모습, 그리고 경매장에 있던 일부 참여자가 충격을 받은 장면을 잘 편집해서 보여주었다(www.instagram.com/banksy에 가면 아직도 볼 수 있다).

 

낙찰되자마자 자동으로 파쇄된 것처럼 보이는 이 상황은 사실 자동이 아니라, 리모트 컨트롤로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경매장 어딘가에서 뱅크시는 웃으며, 파쇄기의 리모트 컨트롤을 눌렀을 것이다.

 

이 파쇄 해프닝 때문에 소더비 경매 측은 무척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은 작품이 훼손되었는데, 낙찰자가 15억원에 이 작품을 구매할 것인가로 쏠렸다. 15억원에 낙찰된 작품이 훼손되면서, (과장되게 말하면) ‘쓰레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후인 12일 이 작품은 쓰레기에서 부활해 쓰레기통 속의 사랑(Love is in the Bin)’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다시 소더비에 공개되었다.

 

뱅크시, ‘쓰레기통 속의 사랑’, 2018.<출처=www.wmagazine.com>

 

파쇄 해프닝은 이 작품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뱅크시의 여러 작품 중 하나에 머물렀던 풍선과 소녀는 이번 파쇄 해프닝으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면서 뱅크시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쓰레기통 속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15억원짜리 작품으로 부활했다. 이 작품의 낙찰자는 절반가량 훼손된 이 작품을 구매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과연 뱅크시는 이런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었을까?

 

“We art all Banksy”투자용 미술의 경매시스템 조롱

 

가디언 언리미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뱅크시는 자신을 로버트 뱅크스라고 밝혔지만,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디펜던트같은 매체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198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영국의 트립 합(Trip Hop) 밴드인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멤버 로버트 델 나자(Robert Del Naja)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뱅크시는 거리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이다. 따라서 뱅크시 작품은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로버트 델 나자가 소속된 매시브 어택의 공연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장소에서 뱅크시 작품이 발견되곤 했다는 것이다. 또한, 로버트 델 나자가 브리스톨 지역에서 ‘3D’라는 예명으로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했다는 부분과 그의 작품이 뱅크시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범죄학자들은 지리적 프로파일링기술을 사용해, 브리스톨에 사는 로빈 거닝햄(Robin Gunningham)을 뱅크시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전히 뱅크시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뱅크시로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로버트 델 나자가 했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We are all Banksy.” 그는 우리가 모두 뱅크시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뱅크시가 아님을 모호하게 부인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건 뱅크시처럼 복면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뱅크시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뱅크시인 것이다. 어쩌면 뱅크시의 정체를 알고 싶은 것은 여전히 작품을 특정 작가에 묶어두려는 우리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돈이 될 때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뱅크시, ‘Sweeping It Under The Carpet’<출처=www.standard.co.uk>

 

뱅크시의 파쇄된 풍선과 소녀쓰레기통 속의 사랑으로 부활시킨 것은 작품을 투자용 상품으로 대하는 그들(혹은 우리)의 욕망이 그곳에 스며있기 때문이리라. 혹자는 뱅크시가 풍선과 소녀를 파쇄한 후 그것의 가치가 더 올라가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하게 파쇄하지 않고 절반가량만 파쇄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파쇄기를 달았던, 그것도 완전히 파쇄하지 않는(할수 없는) 파쇄기를 달았던 뱅크시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뱅크시가 파쇄 이후 그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사실까지 내다보고 이 해프닝을 추진했다는 의견에 대해서 너무 과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나는 아마도 액자 속에 완전한 파쇄를 위한 파쇄기 설치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파쇄 해프닝은 투자용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미술의 경매 시스템을 조롱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는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그가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금전적 가치에 종속되지 않은 예술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뱅크시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로버트 델 나자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We are all Banksy.” 우리는 모두 뱅크시가 될 수 있다. 아마도 진짜 뱅크시도 이것을 꿈꿨을 것이다. 우리 모두 뱅크시의 작품에 얼이 빠져 바라보기보다는, 직접 뱅크시가 되어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떤가? 멋지지 않겠는가?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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