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술에 따른 고용위기, 기본소득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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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스마트기술에 따른 고용위기, 기본소득이 해법 지속가능성이 문제…사회 포용성 향상과 혁신능력 배양이 필요

기사입력2018-12-18 18: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지엠 공장과 현대조선소가 문을 닫은 군산 등 전통 산업지역들에서 고용위기가 심각하다. 산업과 고용의 전환기를 맞은 한국경제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유승희 의원 주최로 열린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세미나에서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전환기 한국경제 해법으로서의 기본소득 실험 제안’이란 주제발표에서 “이들 지역의 고용위기는 한편으로는 산업의 위기지만, 한편으로는 고용의 전환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조업 고용감소 조짐이 심상치 않다. 11월에도 전년 동기대비 전산업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크게 줄었다. 이런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군산에서 한국지엠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연이어 문을 닫았다. 거제와 통영에서도 조선소들이 문을 닫았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기술이 가져온 노동전환의 시대

이 대표에 따르면 세계 타이어산업은 계속 무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퇴장하는 급변과정을 겪으면서 노동의 대대적인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다른 산업들도 산업의 흥망성쇠와는 별도로, 노동의 변화와 고용구조의 재편이 진행되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에 대한 평가: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30~55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기술변화에 따라 중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기술은 본질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돼 있다고 말한다. 제조업에서의 노동 전환이 그렇고, 카풀 등 공유차량서비스가 떠오르면서 운송서비스 노동자가 노동 전환의 진통을 겪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식당의 주문 키오스크와 마트의 무인계산대는 노동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가능성의 위기…포용과 혁신 사회정책 요구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전환기 한국경제 해법으로서의 기본소득 실험 제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들 지역의 고용위기는 한편으로는 산업의 위기지만, 한편으로는 고용의 전환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사회정책의 꾸준한 발전으로 한국은 2010년 이후 교육비지출을 제외한 사회지출비가 GDP의 10%에 달해 1960~1970년대 유럽이 도달한 복지국가 초기단계에 진입했다. 정부의 사회정책관련 공적사회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공교육비를 포함한 복지노동 등의 사회정책관련 총지출의 GDP비중은 15%로 OECD 평균 (25.4%)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포용과 혁신의 사회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는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기를 맞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재원조달 능력의 하락, 고령자 증가에 따른 내수 위축과 복지비용의 증가, 노동시장 양극화와 소득·재산·교육기회의 격차 심화, 사회전반의 성차별적 관행 등 위기는 고착화되고 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을 재검토하고 사회정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회정책을 통한 사회의 포용성 향상과 혁신능력 배양이 사회발전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 또한 사회정책 강화로 한국사회의 포용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포용과 혁신을 위한 소득보장화 사회서비스 확대 전략은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장성 강화 ▲생애주기 및 삶의 영역별 기본생활보장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 및 연계방안 모색 등이다. 여기에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생활 SOC 확충을 통해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부담없이 누릴 수 있는 사회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본소득의 도입은 보편복지의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포용적인 복지시스템 ‘기본소득’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한국사회에 필요한 제도일까.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포괄해내지 못했던 근로가능 연령대의 노동자나, 다양한 이유로 현재 선별적 복지시스템에서 배제된 계층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포용적인 복지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기본소득과 관련해 현금급여 방식이 수급자의 노동유인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근 학계의 연구는 기본소득을 비롯한 현금급여 방식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에서의 부정적인 결과들이 수급대상자의 건강개선, 교육성취도 증가, 범죄율 하락, 정서적 안정 등의 사회경제적 결과에 의해 상쇄된다는 주장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현행 제도 하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할 경우 소득불평등 문제를 크게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복지프로그램으로서 현금수당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과 절차에 따라, 사전 실험 거쳐 순차적 도입해야

그러나 현금수당이 갖고 있는 불가역적인 특성과 재정부담을 고려해 몇가지 원칙과 절차를 통해 도입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최 부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정책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계층에게 현금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년과 같이 근로가능연령을 상대로 지급되는 수당의 경우, 그 정책목표가 청년 구직자가 직면한 신용제약을 완화해 구직자와 회사 간의 잡 매칭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이 주된 목표인지, 아니면 청년 구직자를 둔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인지 혹은 청년 구직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인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입방법 역시 전면도입 보다는 단계적 도입을 고려하고 성과측정 프로그램을 주요하게 고려해 도입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최한수 부연구위원은 핀란드의 사례처럼 정부가 법률을 제정해, 기본소득의 혜택을 받을 집단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무작위 통제실험을 진행한 후 시행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현금수당이 도입되는 만큼 유사한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 현물급여는 평가를 거쳐 통폐합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