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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送舊迎新’ 대신 ‘새로운 것’ 버리는 정부·여당

경제정의·재벌개혁은 보내고 규제완화·대기업특혜로 맞는 새해 

기사입력2018-12-26 13:34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2018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런저런 송년모임들이 많습니다. 송년모임들은 다양하고 많지만, 어느 송년모임에 가더라도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아쉬운 일들은 묵은해와 함께 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새해를 맞자는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즐겁고 기뻤던 일들보다 속상하고 아쉬웠던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납니다. 지나간 일 붙잡고 후회해봤자 뭐하겠냐고, 한 잔 술에 잊어버리자고,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나누다보면 거나하게 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송년회를 망년회(忘年會)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한 해 동안 있었던 괴로운 일들은 다 잊자고 망년회지요.

 

하지만 송년모임에서 과음하고나면 남는 건 숙취뿐이더군요. 괴로운 일들을 다 잊기는커녕 오히려 후회할 일을 한 가지 더 만들기도 합니다. ‘송구영신’도 지난 일을 잊는다는 말이 아니지요. 지난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말이지요.

 

지난 것을 보내려면 지난 것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지난 것, 지나가야 할 것, 새로운 것이 오는 것을 방해하는 묵은 것들은 그저 지나가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해야만 지난 것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저 술 마실 핑계로 ‘송구영신’이라 떠들어댄 것이 부끄러워지네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7017 서울로에서 민중당 청년당원들이 고 김용균 추모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고인의 요구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시위를 가졌다.<사진=뉴시스>
지난 과오를 정리해야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삶만이 아니겠지요. 사회도 역시 낡고 묵은 것들을 정리해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사회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봅니다.

 

한해를 돌아보는 개인의 삶이 그런 것처럼 우리사회에 일어났던 일들도 돌아보면, 좋은 일들보다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주로 떠오릅니다. 부산의 고시텔에서 숨져간 2개월 된 아기,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부자(父子),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자살, 고시원 화재로 세상을 떠난 7명의 가난한 목숨들, 그리고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우리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들을 지켜봐야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곤궁한 삶을 버텨내야했고, 우리사회는 이웃들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가난한 이웃들의 고통을 풍요의 밑거름으로 삼는 잔인한 사회였습니다.

 

2018년이 시작부터 암울했던 건 아닙니다. 이른 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구악을 청산하는 신호로 보였고, 활짝 핀 봄날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만개한 꽃들처럼 화사했습니다. 구여권이 몰락하고 여당이 압승한 지자체 선거를 보며 새 정치의 여명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우리사회는 촛불혁명의 적자임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힘을 얻은 여당과 정부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길 기대했을 것입니다.

 

송구영신.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바랐던 건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정리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송구영신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8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떠나보내는 것은 낡은 것이 아니며, 맞이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재벌특혜와 정경유착,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 차별은 우리사회가 떠나보내기를 바라는 낡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낡은 것들을 보내고 경제정의가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에서 풀려나더니,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는가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도 했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기업투자를 늘리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요건까지 완화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떠나보내야 할 정경유착과 대기업 특혜가 오히려 심화되고 확대되는 조짐으로 느껴집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떠나보내려는 것은 오래되고 묵은 폐단이 아니라,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새로운 것들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강조했던 재벌개혁과 소득주도 성장은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기업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같은 오래된 것들이 마치 새로운 것인 냥 자리를 차지합니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으로, 낡은 것이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합니다.

 

요즘 정부와 여당이 하는 말을 들으면, 마치 송년모임에서 취흥에 겨워 주고받는 상투적인 덕담 같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신뢰가 불신으로 바뀌는 여론은 들리지 않나봅니다. 하긴 구여권이 몰락한 마당에 마땅한 대항세력도 없으니, 급락하는 지지율쯤이야 다 잊고 앞으로는 다 잘 될 거라고 흥에 겨워할 만도 하지요.

 

어쩌면 정부와 여당은 이제야말로 정말 보내고 싶었던 것들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받아들였던 새로운 것들, 새로운 척 했던 것들을 이제야 훌훌 털어버리고, 원래 맞이하고 싶었던 것들, 오래되어 낡은 폐단들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다고 자축하며, 숨겼던 본색을 드러내며 그들만의 송구영신을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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