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24조원사업 예타 면제…뭐가 다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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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4대강과 24조원사업 예타 면제…뭐가 다르냐? 4대강처럼 강바닥에 돈 쏟아붓고, 환경만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사입력2019-01-30 18:4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29일 내놓은 24조원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예타 면제 수혜를 받은 지자체장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해당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정부의 결단을 추켜세운다. 이에 반해 예타 면제에서 제외된 지자체장이나 그 지역 국회의원들은 공정성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번에 발표된 예타 면제 사업비 규모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예산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의 SOC 예산이 예타도 거치지 않은 채, 각종 개발에 투입돼 국토의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선정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은 총 23개 사업·24조1000억원 규모로 결정됐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가 과거 4대강과 달리 국가균형발전 차원이라는 해명을 서둘러 내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으로 지방 위주로 배치하기 위한 면제로 과거 오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거듭된 해명에도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4대강 조사 평가단 민간위원장인 홍종호 교수는 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부가 예타를 면제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러나 토건사업을 지역에 골고루 분배한다고 균형발전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난센스에 가깝다. 실제 고속도로 확충과 KTX 등 고속철도 건설이 도시 집중화를 부추긴다는 통계도 차고 넘친다. 고속도로 개통 후 기존 도로 주변 관광객이 감소하고, 인근 상권이 쇄락하는 반면 소비가 도시로 몰리는 현상은 난개발의 대표적인 악영향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문재인 정부가 도로와 철도 등 토건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을 퍼부으면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는 것,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개발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수질관리를 하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예타를 면제해 대규모 SOC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나고,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근거가 약하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던 시대는 지났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첨단화된 기계들이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 그나마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의 외국인노동자들로 대체된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건설기업에게는 희소식일지 모르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경기를 살릴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나간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살아나지 않는 경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는 걸 모르지 않는다. 또 내년 총선이 예정된 상태에서 경기부진이 계속되는 것 또한 부담임을 잘 안다. 그렇지만 건설경기를 일으켜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가 늘어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런 논리로 이명·박근혜 정부의 SOC 예산을 비판한 예는 숱하다. 과거 정부와 다르다지만 이번 예타 면제가 국민들에겐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총선용 선심행정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걱정스럽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쟁을 내세우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과거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회귀했다는 의심도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 24조원+@, 최대 규모 수준의 SOC 예산이 토건족만 배불리고,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4대강 예산과 같이 강바닥에 쏟아 붓고, 환경은 환경대로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